新투자시장 평가…K-OTC·ETN·KRX금시장
新투자시장 평가…K-OTC·ETN·KRX금시장
올해 첫선을 보인 장외주식시장(K-OTC), 금시장, 상장지수증권(ETN) 등 신(新)투자시장은 낙제점을 넘겼으나, 시장의 기대에 크게 못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4일 한국경제신문이 9개 주요 증권사를 대상으로 신투자시장에 대한 평가 설문을 진행한 결과 5점 만점 기준으로 평균 3.06점이 나왔다. 100점으로 환산하면 60점을 겨우 넘긴 것이다.

◆K-OTC, 거래 부족

금융투자협회가 개설한 비상장 주식 거래시스템 K-OTC는 지난 8월 출범했다. 사설 인터넷사이트를 통한 개인 간 거래를 제도권으로 끌어왔지만 시장에선 5점 만점에 평균 3.25점을 받는 데 그쳤다. 종목 수를 늘리고 쉽게 거래할 수 있도록 해 장외시장에 대한 관심을 높였다는 점에서는 높은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부족한 거래는 한계로 꼽았다. 지난달 기준 하루 평균 거래대금은 28억9486만원이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하루 거래량이 50억원도 채 안 돼 투자 매력이 떨어진다”며 “거래량이 적어 소수세력에 의한 가격 왜곡도 생길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거래를 늘리기 위해 현금이 있어야 하는 현재 매매방식을 상장주식처럼 증거금 방식으로도 변경할 필요성이 제기됐다. 거래세와 양도세 부담을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았다. 비상장 주식은 팔 때 매도대금의 0.5%를 거래세로 내야 한다. 중소기업은 10%, 대기업은 20%의 양도소득세도 부과된다. 현재 상장사는 0.3%의 증권거래세를 내며, 양도세는 없다.

◆ETN, 과세와 규제가 발목

지난달 17일 열린 ETN 시장의 성적은 평균 2.56점에 그쳤다. ETN은 기초지수 변동과 연동된 수익을 지급하기로 약속한 파생결합증권으로 상장지수펀드(ETF)와 비슷하다. 한국거래소는 파생시장 활성화를 위해 ETN 시장을 개설했다. 그러나 출범 이후 하루 평균 거래량이 8600주에 그칠 정도로 거래가 부진한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가장 큰 원인으로 세금 문제를 꼽았다. 국내 주식형 상품은 비과세지만 해외 자산을 기초자산으로 하게 되면 배당소득세를 내야 해서 투자 매력이 크게 떨어진다는 설명이다. 해외주식 직접투자 등과의 형평성을 고려해 과세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상품 설계상의 규제에 대한 지적도 있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증권사의 상품 개발능력이 직접 발휘된 상품이 상장된 것은 의미가 있지만 ETF와 달리 레버리지(주가 상승시 두 배 수익), 인버스(주가가 내려갈 경우 수익) 등 파생형 상품이 허용되지 않고 있다”며 “이 같은 규제를 과감히 없애 거래 활성화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시장, 현물업자 참여율 높여야

지난 3월 국내 최초로 개설된 금 현물시장인 ‘KRX금시장’은 올해 만들어진 신시장 중 가장 높은 3.37점을 받았다. 음성적으로 이뤄져온 금거래를 양성화하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게 공통된 의견이었다.

그러나 금 현물업자들의 참여율을 보다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았다. 현재 금시장에서 매수 주문의 90% 이상이 개인투자자들의 몫이다. 시장을 주도해야 하는 금 현물업자의 참여를 높이려면 부가세 즉시 환급 등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금시장에서 실물을 인출하지 않는 장내거래를 하면 부가세를 내지 않아도 되지만 실물을 인출할 땐 매수가격의 10%에 해당하는 부가세를 내야 한다.

금현물 계좌를 따로 개설해야 하는 절차도 걸림돌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주식 계좌와 별도로 금현물 계좌를 만들어야 하는데 이런 번거로움을 감수하면서까지 금거래를 하려는 투자자가 많지 않다”고 말했다.

윤정현/김희경/이고운 기자 h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