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해마다 늘고 있는 부당 해고 소송을 줄이기 위해 ‘일반해고 기준’을 내놓는다. ‘정당한 사유 없이 근로자를 해고할 수 없다’는 노동법의 ‘정당한 사유’에 대한 명확한 기준과 요건을 제시하겠다는 것으로 앞으로 노사 관계에 파장이 예상된다.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은 4일 서울 여의도 CCMM빌딩에서 열린 노동개혁 토론회에 참석, “고용 조정 요건과 기준이 불명확해 불필요한 노사 갈등을 낳고 있다”며 “(기업이) 인력 운용의 유연성과 합리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일반해고는 근로자의 일신상 사유에 의한 해고로, 질병으로 근로 제공이 어렵거나 직무 수행 능력이 떨어지는 등의 사유가 있을 때 이뤄진다. 긴박한 경영상의 이유로 대규모 고용 변동이 생기는 정리해고와는 다르다.

이 장관은 “동료들보다 현저하게 업무 성과가 낮은 근로자는 1차적으로는 직업훈련, 전환배치 등을 통해 적합한 일을 찾아주는 사내의 룰(rule) 형성이 중요하다”며 “이런 노력에도 나아지지 않는다면 직급 등 근로조건 조정을 통해 고용 유지 노력을 하되, 사회통념상 도저히 고용 유지가 어려운 경우에는 (해고) 기준과 절차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비정규직은 당사자 동의 얻어 고용기간 연장하는 방안 마련"

임무송 고용노동부 노사협력정책관은 “일반해고 요건을 강화 또는 완화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기준을 명확히 하겠다는 것”이라며 “내년 중 일반해고의 요건과 절차에 관한 기준을 내놓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배규식 한국노동연구원 노사·사회정책연구본부장은 “(정당한 사유라는) 불명확한 기준을 명확히 해 불필요한 소송 건수를 줄여보겠다는 의도로 보인다”면서도 “하지만 자칫 정부 기준으로 인해 해고가 늘어나거나 근로자들의 소송 기회가 차단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기권 고용부 장관은 비정규직 기간제 근로자의 기간 제한(현재 2년)과 관련해서는 “현장의 얘기를 들어보면 중장년 기간제 근로자들은 법의 기간 제한과 상관없이 계속 일하기를 희망하고 있어 당사자 동의 등 일정한 보완장치와 연계해 사용기간을 연장하는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있다”며 기간연장을 추진 중임을 시사했다. 이 장관은 또 “현재 노동시장에서 기간제 근로자의 60~70%가 현 직장에서 계속 일하고 싶어도 법적 기간 제한으로 계약이 종료되는 경우가 많다”며 “소모적인 논쟁과 갈등을 벌이기보다 직접 이해당사자들의 의견을 조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근로시간 단축과 관련해서는 총량 규제와 함께 노사 당사자 간 합의로 유연성을 제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장관은 “근로시간은 (기업별로) 수요변동이나 직무 특성을 반영할 수 있도록 탄력근로·재택근로·재량근로 등 유연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며 “특히 고임금 전문직의 경우 근로시간 산정과 보상을 일반 근로자와 달리 당사자 간 합의와 재량에 맡기는 국제적 추세도 고려해야 한다”며 ‘화이트칼라 이그젬프션(white collar exemption·고임금 사무직 근로자의 초과근로수당 면제)’ 제도 도입을 시사했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