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동생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의 방한 의사가 담긴 의향서가 정부에 접수됐지만 3개월 동안이나 방치된 것으로 나타났다. 통일부는 북측이 보낸 의향서의 진위조차 파악하지 않았다.

통일부는 4일 북측 조선낙원무역총회사(이하 낙원무역)가 내년 3월 서울에서 열리는 ‘남북민속음식문화대축제’에 참가 의향서를 보냈다는 한국경제신문의 보도에 대해 “의향서를 받은 것은 맞지만 미진한 부분이 많아 우리 측 대표인 남북경협경제인연합회에 보완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참가자 명단에 포함된 김여정의 직책이 최근 밝혀진 노동당 부부장(차관급)이 아닌 노동당 대외사업부 부장으로 돼 있고 낙원무역이 2011년도 38호실과 39호실 통폐합 후 활동 여부가 확인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 미심쩍다는 것.

통일부 관계자는 “(김여정이 포함된 것을) 주의할 사안이라고 봤지만 이 부분은 사업을 실제 검토하는 단계에서 확인하는 것”이라며 “더욱이 이번 행사는 정부와 사전 협의된 것도 아니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여정의 참석이 통보된 지난 9월 중순의 의향서 진위 여부를 석 달 가까이 지나도록 확인하지 않은 점은 이해할 수 없다는 지적이 많다. 스스로 ‘주의할 사안’이라고 판단했으면서도 남북 상호간에 극히 민감한 기초적인 사실조차 파악하지 않았다는 점에서다. 더욱이 민간단체가 정부의 협조 없이 단독으로 대형 행사를 추진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통일부의 해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한경이 입수한 의향서를 보면 북측은 지난 8월부터 세 번에 걸쳐 구체적인 사항을 우리 측에 전달했다. 낙원무역은 지난 8월30일 첫 번째로 보낸 김철수 총사장 명의의 참가 의향서에서 “2014년 10월 중 서울에서 열리는 음식축제에 참가 의향을 결심한다”고 밝히며 예상인원을 요리사 30명, 예술 공연인원 45명, 특산품 전시인원 12명, 보조인원 10명, 정부대표단 8명 등 총 100명이라고 명시했다.

김철수 총사장은 김정은 위원장의 외삼촌으로 알려졌지만 최종 확인되지는 않고 있다. 평양 옥류관과 안산관, 고려식당 등 8곳의 참가회사 명단도 첨부했다. 9월15일에는 김 사장과 김여정, 김남철 조선경공업 대외사업부 부장, 박영옥 조선아리랑총국 국장 등 주요 인사의 대표단 명단까지 보냈다. 북한이 지난 10월 인천아시안게임 때 북한 고위급 3인방을 전격 파견한 시기와 맞물린다.

통일부는 앞으로도 이 같은 내용을 스스로 확인할 의사가 없어 보였다. 서류 보완을 요구하고 있다는 설명만 되풀이했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