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신상필벌' 인사…好실적 반도체 장덕현·정태경 부사장 승진
올해 삼성 임원 인사에서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DS)과 스마트폰을 담당하는 무선사업부(IM)의 명암이 극명하게 엇갈렸다. 반도체 부문에서는 7명의 부사장 승진자가 배출됐지만 무선사업부의 부사장 승진자는 3명에 그쳤다. 지난 1일 사장단 인사 때 반도체 쪽 사장은 3명에서 4명으로 늘어난 반면 무선사업부 사장단은 7명에서 3명으로 줄어든 것과 분위기가 비슷하다. ‘성과 있는 곳에 보상 있다’는 삼성의 신상필벌 원칙이 적용된 결과다.

◆반도체 약진, 무선 추락

가장 관심을 끈 부사장 승진자는 삼성그룹 전체로 42명이었다. 이 중 절반인 21명이 삼성전자에서 나왔다. 그룹 주력사라는 위상이 반영됐다. 하지만 사업부문별 분위기는 달랐다. 최근 1년 새 분기 영업이익이 6조원대에서 2조원 밑으로 떨어진 무선사업부는 부사장 승진자가 윤두표 글로벌CS팀장, 최경식 전략마케팅실 북미 담당, 최윤호 지원팀장 등 세 명뿐이었다.

반면 스마트폰의 실적 부진을 메워준 반도체 쪽에선 7명의 부사장 승진자가 탄생했다. 지난 3분기 영업이익이 3조원에 육박한 것으로 알려진 메모리사업부에서만 최주선 D램개발실장, 안태혁 기술혁신팀장, 임영호 품질보증실장, 장덕현 솔루션개발실장 등 네 명의 부사장이 나왔다. 이 가운데 최 부사장은 ‘사장 승진 코스’로 불리는 D램개발실을 이끌고 있어 주목받고 있다.
삼성 '신상필벌' 인사…好실적 반도체 장덕현·정태경 부사장 승진
전체 임원 승진자를 놓고 봐도 메모리 부문이 약진했다. 삼성전자의 임원 승진자는 165명으로 지난해(227명)보다 27% 감소했다. 하지만 메모리사업부는 임원 승진자가 지난해 20명에서 올해 22명으로 늘어났다. ‘재무통’에선 남궁범 재경팀장이 부사장에 올랐다. 올해 50세로 이번 삼성 부사장 승진자 중 외국인을 빼면 가장 젊다. 올해 최연소 부사장 승진자는 매사추세츠 공대(MIT) 박사 출신으로 북미총괄 기획홍보팀장을 맡고 있는 데이비드 스틸 전무(48)다.

◆부사장 발탁 승진자 8명

부사장 승진자 중 발탁 인사는 모두 8명이다. 장덕현·전경훈·정태경 삼성전자 부사장과 안재호·김재흥 삼성SDI 부사장, 김기정·장일환 삼성물산 부사장, 최성안 삼성엔지니어링 부사장 등이다. 삼성 관계자는 “보통 전무를 단 지 3년이 지나야 부사장 승진 대상이지만 이들은 대부분 1년 빨리 승진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의 장 부사장과 전 부사장은 서울대 전자공학과 출신으로 각각 메모리 분야와 통신 연구를 담당하고 있다. DS부문 테스트&패키징센터장인 정 부사장은 KAIST에서 재료공학 석·박사 과정을 마쳤다. SDI의 김 부사장은 숭실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했고 현재 전자재료사업부 구미공장장이다.

승진 인원 축소에도 불구하고 여성 임원 중용은 올해도 이어졌다. 올해 여성 임원 승진자는 14명이다. 지난해(15명)보다 줄었지만 임원 승진자 중 여성 비율은 약 4%로 작년(3%)보다 높아졌다.

홍보라인도 약진했다. 조선일보 기자 출신으로 작년 10월 영입된 이준 커뮤니케이션팀장과 정통 ‘홍보맨’인 노승만 전무가 나란히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