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쿠웨이트는 비상자금 '넉넉'

국제 원유 가격의 약세가 지속하면 리비아가 가장 크게 재정 압박을 받을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WSJ)은 3일(이하 현지시간) 국제통화기금(IMF)과 도이치방크 등의 자료를 인용해 주요 산유국이 재정 균형을 달성하기 위한 최저 원유 판매 가격을 소개했다.

가장 높은 선에서 원유 판매 가격을 예상하고 예산을 편성한 나라는 리비아다.

리비아는 브렌트유의 배럴당 판매 가격을 184.10달러로 잡고 있어 내년 1월 인도분 브렌트유가 2일 배럴당 70달러 선에서 거래됐던 것과 비교하면 110달러 이상의 차이가 있다.

이란(130.70달러)과 알제리(130.50달러)도 현재 가격 수준보다 2배 이상 높은 원유 가격을 예상하고 재정 수입을 산정하고 있다.

나이지리아(122.70달러)와 베네수엘라(117.50달러)도 유가 약세가 지속할 때 재정 수입이 줄어들어 지출과의 균형을 맞추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베네수엘라는 지난달 26일 열린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의에서 생산량을 줄여 유가를 올리자고 가장 강하게 주장했던 회원국이었다.

감산에 반대하며 생산량 동결 결정을 주도했던 사우디아라비아(106.00달러)도 현재 시세와는 크게 차이 나는 원유 판매가격을 설정했다.

하지만, 사우디아라비아는 원유 판매 수입이 줄어들더라도 다른 기금을 통해 재정 적자를 메울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라크(100.60달러)도 100달러 이상의 높은 가격에 예산 수입을 책정했다.

아랍에미리트(77.30달러)와 카타르(60.00달러), 쿠웨이트(54.00달러)는 낮은 수준의 기름 가격을 예상하고 재정을 운용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사우디아라비아와 쿠웨이트, 아랍에미리트, 카타르 등은 저유가가 몇 년 지속하더라도 비상자금(Rainy-day Fund)을 활용해 헤쳐나갈 수 있지만, 일부 국가는 경제적 재앙이 올 수 있다"고 해석했다.

특히 핵무기 개발 의혹으로 국제사회로부터 경제적 제재를 당하는 이란이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중동 국가들의 외교정책은 경제적 이해에 의해 지배되지는 않기 때문에 저유가가 각국 정권의 행태를 변화시키지는 않을 것이라고 이 신문은 덧붙였다.

(뉴욕연합뉴스) 박성제 특파원 sungj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