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 싫어하는 아이에게 콩 먹게 만드는 방법은
구성원들의 소통과 협력에서 나오는 창의적인 생각과 아이디어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이런 산업 패러다임 전환에 따라 조직문화나 직원들의 일하는 방식이 바뀌어야 한다는 필요성도 높아졌다.

대부분 기업들은 조직 변화의 필요성에 공감한다. 그러나 실제 많은 기업들의 변화관리(Change Management) 시도는 실패로 돌아간다. 실제 2008년 맥킨지가 전 세계 기업의 임원 3199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변화관리 프로그램의 약 60~70%가 실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직 변화 시도가 대개 최고경영층의 의지에서 시작됨에도 불구하고 성공하지 못하는 이유는 직원들의 행동을 변화시키는 데 실패하기 때문이다. 자신에게 유익한 것보다는 익숙한 대로 행동하려는 사람 본연의 관성(inertia)을 간과한 채 리더들은 한꺼번에 너무 많은 것을 바꾸려고 한다.

직원들의 행동 변화를 촉진하기 위해서는 우선 조직에서 현재 문제가 되는 행동이 무엇이고, 이것이 조직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명확하게 공유해야 한다. IBM을 회생시킨 전설적인 전 CEO 루 거스너(Lou Gerstner)의 경우 1993년 취임 후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조직문화와 일하는 방식에 어떤 문제점이 있는지부터 파악하기 시작했다. 변화의 걸림돌이 되는 행동을 명확히 밝혀 공유하면, 조직이 추구하는 변화에 대해 직원들이 ‘그래서 우리는 뭘 해야 하는 것이죠?’라는 의구심을 더 가질 수 있다.

변화의 목표와 요구되는 행동은 구체적으로 전달해야 한다. 2002년 GE의 CEO로 취임한 제프리 이멜트(Jeffrey Immelt)는 GE의 신 성장 동력으로 친환경적인 사업을 추진하는 이코매지네이션(Ecomagination: Ecology + Imagination at Work)을 목표로 잡았다. 그리고 직원들이 상상력을 발휘하면서 일하는 근무 환경을 만들기 위해 GE는 이것이 왜 중요하고, 사회와 기업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며, 직원들이 어떤 방식으로 일하기를 원하는지를 반복적으로 전달했다.

조직의 시스템과 제도는 변화의 방향과 연계해야 한다. 월풀(Whirpool)이 이를 잘 활용했다. 직원들의 혁신적인 행동을 장려하기 위해 월풀은 기존의 사업이 아닌 혁신 프로젝트로 창출해야 하는 연간 매출 목표를 설정했다. 그리고 고위 임원 급여의 3분의 1은 혁신 프로세스에서 나오도록 연동했다.

변화를 적극적으로 실행할 타깃 그룹을 형성하는 것도 필요하다. 재미있는 실험이 하나 있다. 1970년대 일리노이대의 린 버치(Leann Birch) 교수는 어떻게 하면 콩을 싫어하는 아이들이 콩을 먹게될지 실험했다. 콩을 먹으면 보상으로 아이스크림을 주는 방법, 콩이 얼마나 몸에 좋은 음식인지를 설명해주고 직접 아이들 앞에서 롤모델로 콩 먹는 것을 보여주는 방법 등을 썼다. 이 중 가장 효과가 높았던 것은 콩을 열심히 먹고 있는 아이들 옆에 콩을 싫어하는 아이를 데려다 놓는 것, 즉 또래 압력(Peer Pressure)을 주는 것이었다.

조직이 구성원들의 행동을 효과적으로 변화시키기 위한 방법에 참고할 만하다. 조직 변화에 필요한 행동을 하는 구성원들을 변화의 주체로 삼고, 이들이 목표된 행동을 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일 수 있다.

특히 직원들에게 가장 많은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중간관리자들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 변화의 방향이 옳으면 직원들이 알아서 자신의 행동을 바꾸고 따라올 것이라고 막연히 기대해서는 조직 변화에 성공하기 어렵다. 처음부터 직원들에게 어떤 행동을 기대하는지 명확히 하고, 이를 강화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준다면 한결 쉽게 조직 변화를 이룰 수 있을 것이다.

원지현 < 선임연구원 jhwon@lgeri.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