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기업들…'비용 절감' 아는 만큼 할 수 있다
위기의 기업들…'비용 절감' 아는 만큼 할 수 있다
2008년, 158년 역사의 세계 4위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 파산으로 시작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경기 위축이 계속되고 최근엔 미국의 양적 완화 축소에 따른 달러화 강세와 한국 최대 수출국인 중국의 성장률 둔화, 일본의 엔화 약세, 경기침체에 따른 유가 하락 등 다양한 외부 변수가 발생했다. 그야말로 시계제로의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기업은 이같이 복잡하고 어려운 환경에서 생존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을 고심하고 있다. 그중 하나는 비용절감이다. 기업에서 지출하는 비용에 대해서는 전략적으로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 것일까.

지난 11월25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3년 기업활동조사 결과에 따르면 상용근로자 50인 이상, 자본금 3억원 이상인 1만2232개 기업 중 금융보험업을 제외한 기업의 매출 1000원당 법인세 차감 전 순이익은 39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2010년 이후 4년 연속 하락한 수치고, 2008년(33원)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최저치다.[도표1]

이 결과를 이용해 매출을 법인세 차감 전 순이익으로 나눠 계산한 것이 [도표2]에 나타난 값이다. 이는 기업이 같은 이익을 창출하기 위해 몇 배의 매출을 달성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최근 4년간의 증가 추이 역시 기업이 얼마나 어려운 환경에서 기업활동을 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도표2]의 결과를 기업의 비용절감과 연계해 생각해 보면 다음과 같다.
위기의 기업들…'비용 절감' 아는 만큼 할 수 있다
# 불황기엔 매출 상승보다 비용절감

기업이 노력을 통해 얻은 비용절감 금액은 새로운 투자재원으로 활용할 수도 있지만 그에 우선해 순이익이 증가한 것으로 볼 수 있다. 2013년의 결과값을 예로 들면, 매출을 25억5000만원 추가로 올리는 것과 비용을 1억원 줄이는 것은 기업에 동일한 효과로 나타난다. 기업은 불황기의 전략으로 매출 증대보다는 상대적으로 쉬운 비용절감을 선택한다. 현실적으로는 매출의 점진적 증대와 효율을 떨어뜨리지 않는 범위 내에서 적극적 비용절감 방식을 취하게 된다. ‘비용절감’은 갑자기 등장한 화두가 아니다. 기업이 설립 때부터 시작해 유지되는 지금 이 순간까지 반복적으로 노력해온 방법이다. 기업은 이를 통해 비용절감 성과를 얻기도 했지만, 보다 효율적인 해법을 찾기 위해 고심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기업이 비용절감의 여러 현실적 한계를 극복하려면 어떤 방법을 선택해야 할까.

맥킨지, 모니터 등 세계적 컨설팅 회사에서 기업 재무 관리 컨설턴트로 일했던 톰 코플랜드는 미국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월간 경영학 잡지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HBR)’를 통해 경기가 어려운 시기에 기업이 위기를 이겨낼 수 있는 방법을 다음과 같이 제시한 바 있다.

첫째, ‘비용이 적게 들어가는 항목’도 철저하게 검토해 ‘불필요한 비용’을 제거할 것. 둘째, ‘자본적 지출’을 시행할 경우 이것이 꼭 필요한 것인지 확실히 점검해 시행할 것. 셋째, 눈에 보이지 않는 비용까지 포함한 총소유비용(TCO) 관점에서 판단할 것. TCO란 구매 이후 라이프사이클 동안에 발생하는 모든 비용을 의미한다. 넷째, 공용 장비나 서비스의 개인별 활용도를 측정해 적정 한도까지만 사용할 것.

위의 내용은 경기가 어려운 시기에만 선택하는 방법은 아닐 것이다. 또 개별적이고 포괄적인 개념의 방법론이기에 기업 담당자들에게는 좀 더 구체적이고 실천적인 방법이 필요하다. 필자는 좀 더 구체적인 방법론을 지즉위진절감(知則爲眞節減)이라는 말을 통해 제시하고자 한다. ‘알아야, 제대로 절감할 수 있다’는 뜻이다.

# 지출 내용 알아야 절감 방법 찾아

기업에서 비용절감을 담당하는 실무자들이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는 기업에서 지출하고 있는 각종 비용에 대한 정확한 내용을 먼저 파악하고 이해해야 한다. [도표3]에 제시된 기본자료(계약서, 거래명세, 영수증, 샘플 등)를 기초로 현황 파악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해결안에 집중하는 것보다는 정확한 현황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 비용절감도 마찬가지다. 여러 기업을 대상으로 비용절감 컨설팅을 진행해본 필자는 기업에서 지출하고 있는 각종 비용에 대한 정확한 현황 파악과 문제점 발견만으로도 해결 방안의 60~70%는 도출되는 것을 경험한 바 있다. 현대 경영학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피터 드러커도 ‘측정할 수 없으면 관리할 수 없고, 관리할 수 없으면 개선할 수 없다“는 말을 한 바 있다.

경기도에 있는 연 매출 2000억원 규모의 자동차 부품 제조업체 K사는 사내 개선제안 활동 등을 통해 어느 정도 비용절감을 실현했다. 그러나 더 이상의 절감 방안을 찾지 못하던 중 필자의 제안으로 비용 전체 항목에 대한 진단을 실시, 현장에서 사용하는 원부자재 및 각종 소모품, 물류, 외주용역 등에 대한 개선과 기타 간접비 등의 절감을 통해 연간 18억3000만원의 비용을 추가로 줄인 사례가 있다.

이를 위해 필자는 K사의 실무부서 담당자들과 함께 약 3개월간 각종 비용에 대한 계약서 및 거래명세, 구매조건, 사용패턴을 분석했다. 물품의 경우 같은 스펙 조건으로의 재견적과 오버 스펙 여부를 검토해 새로운 절감 방안을 찾아낼 수 있었다.

추가적인 비용절감을 원한다면 우선 재무제표를 기초로 상세 비용 내역을 확인해 회사에서 어떤 비용들을 쓰고 있는지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비용 내역이 리스트업됐다면 계약서를 먼저 살펴보는 것이 비용절감의 시작이 될 것이다.

고경수 < 코스트제로 대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