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코리아' 51회 무역의 날] 한국 무역 '4-4-4'로 통한다
1964년 한국은 처음으로 수출 1억달러를 돌파했다. 세계 수출 순위도 90위로 뛰어 처음으로 100위권에 진입했다. 정부는 이를 기념해 그 해 12월5일을 ‘제1회 수출의 날’로 정했다. 그로부터 반세기가 지난 2014년 12월. 변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1987년부터 수출의 날 명칭이 무역의 날로 바뀌었고, 행사 주관도 1998년부터 한국무역협회가 맡고 있다. 가장 큰 변화는 한국 무역의 위상이다. 50년 만에 한국이 수출하는 품목은 142개에서 9290개로 64배 이상 증가했다. 무역 업체 수도 998개에서 11만8700여개로 118배 늘었다. 같은 기간 연간 수출입을 합한 무역 규모는 5억달러에서 1조달러로 급증했다. 무역 순위도 세계 90위에서 7위로 껑충 뛰어올랐다. 제51회 무역의 날을 맞아 한국 무역의 51년 역사를 짚어본다.

달려가는 세계 7위 무역대국 한국

['글로벌 코리아' 51회 무역의 날] 한국 무역 '4-4-4'로 통한다
1964년만 해도 1억달러 수출하는 데 꼬박 11개월이 걸렸다. 이제는 1시간36분마다 1억달러어치를 수출한다. 이런 초고속 수출을 통해 올해도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한국의 연간 무역액은 2011년에 처음 1조달러를 넘었다. 이후 계속해서 1조달러를 돌파했다. 올해까지 달성하면 4년 연속 무역 1조달러라는 기록을 세우게 된다.

현재까지 분위기는 예년보다 더 좋다. 이미 지난달 28일까지 무역 규모 1조달러를 돌파했다. 역대 최단기간 1조달러 시대를 연 것이다. 기존 최고인 2011년을 넘어 사상 최대 무역 규모를 기록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50년 전 세계 90위였던 무역 규모도 7위로 상승했다. 무역 흑자를 기준으로 하면 순위는 더 올라간다. 연간 무역 규모가 1조달러가 넘는 국가 중 한국의 흑자 규모는 독일과 중국, 네덜란드 등에 이어 4위다. 제조업 관점에서 보면 한국의 무역흑자 4강 진입은 더욱 빛을 발한다. 세계 10대 무역 강국 중 제조업 경쟁력을 바탕으로 대규모 흑자를 기록한 나라는 한국과 독일, 중국 정도다.

무역대국의 힘은 넉넉한 나라 곳간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한국은 1997년 외환위기 때 외환보유액이 바닥을 드러냈지만, 이후 수출대금으로 빛을 갚았고 외환보유액도 빠르게 늘렸다. 외환위기 이후 누적 무역흑자는 올해까지 4000억달러를 돌파했다. 덕분에 외환보유액은 지난 10월 말 기준 3637억달러로 늘었다. 외환위기 직후 국가 파산을 고민해야 할 정도였던 순채무국이 세계 7위의 외환 부자국이 됐다.

넓어지는 한국의 경제영토

['글로벌 코리아' 51회 무역의 날] 한국 무역 '4-4-4'로 통한다
올해 무역의 질은 더욱 좋아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수출기업의 저변이 과거 대기업 일변도에서 중소·중견기업으로 계속 넓혀지고 있어서다. 올해 중소기업과 중견기업의 수출 증가율은 5.7%로 대기업(1.6%)을 훌쩍 뛰어넘고 있다. 전체 수출에서 중소·중견기업이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해 33%에서 올해 33.7%로 늘었다. 자유무역협정(FTA)은 무역대국 한국에 날개를 달아주고 있다. 한국은 2000년대 들어 FTA 체결에 적극 나서 2004년 칠레와 첫 결실을 맺었고, 지난달 뉴질랜드까지 포함해 모두 14개의 FTA를 체결했다. 이를 통해 52개국이 한국과 FTA를 맺고 있고, 이 가운데 48개국과 맺은 9개 FTA가 발효된 상태다.

한국과 FTA를 맺은 국가의 국내총생산(GDP)이 전 세계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뜻하는 경제 영토는 73.5%에 달한다. 경제 영토 규모에선 칠레(85.1%), 페루(78.0%)에 이은 세계 3위다. FTA의 잠재력은 무궁무진하다. 52개국의 수입시장 규모는 13조3000억달러로 전 세계의 71.2%를 차지한다. 소비시장 규모를 가늠할 수 있는 인구 수는 43억명으로 세계 인구의 60.3%다. 특히 지난달 중국과 FTA를 타결해 향후 중국 내수시장에 진출하는 데 유리한 고지를 확보했다.

한국 무역 발전사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한국은 2020년에 무역 규모 2조달러 돌파를 꿈꾸고 있다. 빠르게 글로벌 경쟁력을 키워가고 있는 중소·중견기업, 그리고 다양한 콘텐츠 기업들이 무역 2조달러 시대를 이끌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김무한 한국무역협회 전무는 “그동안 자동차와 반도체 등이 수출에서 큰 비중을 차지했지만 앞으로는 문화콘텐츠와 소프트웨어 등으로 수출 스펙트럼이 넓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