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무역협회가 주최한 ‘특성화 고교생 무역캠프’에 참가한 서울여상 학생들이 외국인 무역홍보대사와 바이어 협상 체험을 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 제공
한국무역협회가 주최한 ‘특성화 고교생 무역캠프’에 참가한 서울여상 학생들이 외국인 무역홍보대사와 바이어 협상 체험을 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 제공
요즘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드라마 ‘미생’의 주인공 장그래는 고졸 출신 상사맨이다. 드라마에서 장그래는 치열한 무역 현장에서 하나하나 일을 배워가며 진정한 상사맨으로 거듭난다. 국내 6개 특성화 고교생 265명도 ‘제2의 장그래’를 꿈꾸며 지난 두 달간 무역실무를 익히는 기회를 얻었다. 한국무역협회가 개최한 ‘특성화 고교생 무역캠프’에서다.

무역협회는 지난해 무역의 날 50주년을 맞아 산업통상자원부와 함께 미래 무역인력의 저변을 확대하기 위해 ‘특성화 고교생 무역캠프’를 신설했고 올해 2회째를 맞았다. 특성화 고교생들이 무역을 쉽게 이해하고 재미있게 접근할 수 있도록 캠프 프로그램은 고등학생 수준에 맞게 재구성했다.

지난해에는 학생들을 한데 모아 캠프를 진행했지만, 올해는 무역협회에서 학생들의 편의를 고려해 학교로 직접 찾아갔다. 무역관리사 우수 교육 고교로 뽑은 서울여상, 일신여상, 성암국제고, 국제통상고, 항만물류고, 부산진여상 등 6개 고교 265명의 학생이 10~11월 캠프에 참가했다.

교수진은 현업에서 무역회사를 경영하는 선배 상사인들로 구성했다. 보다 생생한 무역 현장의 이야기를 전달하기 위해서다. 학교별로 3일간 실제 무역 전체 과정을 압축한 무역 마케팅 시뮬레이션과 외국인 바이어와의 수출 협상 프로그램을 체험하도록 했다. 학생들은 조별로 나눠 무역회사를 직접 설립하고 회사 이름을 지어 수출할 제품도 직접 선택해보기도 했다.

수출시장 조사와 계약 체결 과정도 준비했다. 평소 책으로만 접했던 내용을 직접 체험해 실제 무역인이 된 것 같았다고 참석자들은 입을 모았다. 대전 국제통상고 박종권 학생(18)은 “교과서에서만 본 무역 서류들을 처음 다뤄봤다”며 “현장 실무를 직접 체험해 보니 기분이 남달랐다”고 말했다.

둘째날엔 무역협회 무역홍보대사로 활동하는 외국인 대학생들이 참가한 가운데 영어로 협상해 보는 ‘바이어 협상 시뮬레이션’을 했다. 참가 학생들에겐 앞서 배운 무역 협상 매너를 지키며 자신들에게 유리한 결과를 도출해야 하는 과제가 주어졌다. 부산진여상의 김민영 학생(18)은 “이전까지 어려운 무역용어와 영어로 진행되는 협상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지만 무역캠프에서 직접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협상을 진행해 보니 보완해야 할 점을 알게 됐고 자신감도 생겼다”고 설명했다.

마지막날 참가 학생들은 본인들이 세운 마케팅 전략과 바이어와 맺은 계약 전반을 토대로 발표대회를 치렀다. 가상의 무역회사 신입사원이 돼 회사 전략을 설명하는 자리로, 많은 사람 앞에 선 참가자들은 처음엔 다소 긴장한 듯 보였지만 적극적인 자세로 발표에 임했다. 무역협회장상을 수상한 서울여상 김연재 학생(18세)은 “5년 후에 무역회사에서 바이어를 대상으로 프레젠테이션하는 모습을 그리며 발표에 나섰다”며 “앞으로 현장에서도 잘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미아트와 오라클 2개사가 캠프에서 ‘고졸 무역인력 취업 특강’을 진행하는 등 특성화 고교생의 진로 문제와 취업을 돕기 위해 기업들도 나섰다. 정종기 오라클 전무는 “사회 전반에서 우수한 특성화 고교 인재들의 활약이 중요하다”며 “실력과 인성을 겸비한 인재가 돼 달라”고 당부했다.

올해 무역캠프는 학생과 교사, 기업이 한자리에 함께 모여 특성화 고교생의 미래를 함께 고민하는 시간으로 마무리됐다. 박재봉 부산진여상 교장은 “학생들로선 교과서를 넘어 실제 무역 현장에서 필요한 업무 능력을 키울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됐다”고 말했다. 이인호 한국무역협회 무역아카데미 상무는 “우수한 특성화 고교생 양성은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노력해야 할 부분”이라며 “앞으로 특성화 고교생의 무역업계 진출을 위한 교육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무역협회는 드라마 ‘장그래 효과’로 인해 무역에 관심을 갖는 청소년이 늘어남에 따라 앞으로 무역캠프 사업을 더 확대할 계획이다. 대학생 무역캠프는 내년 1월 중 실시할 예정으로, 무역아카데미 홈페이지(www.tradecampus.com)를 통해 참가자를 모집하고 있다. 올해 두 달간 한 고교생 무역캠프도 내년에는 연중 실시할 예정이다. 김병유 무역아카데미 글로벌연수실장은 “전문 강사진을 강화하고 교과 과정을 보강해 캠프 수료자들이 즉시 무역 실무에서 일하는 데 도움이 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