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4일(현지시간) 추가 양적완화 방안에 대해 "우리(통화정책위원들)는 국채 매입도 하나의 옵션으로 논의했다"고 말했다.

드라기 총재는 이날 프랑크푸르트 ECB 본부에서 금융통화정책회의를 마친 뒤 기자회견을 열어 이같이 말하고 "그러나 우리는 국채 이외의 다른 매입 대상 자산들도 함께 토의했다"고 덧붙였다.

이번 회의를 앞두고 시장 전문가들은 ECB의 금리 동결을 예측하고, 드라기 총재의 양적완화 발언 수위에 관심을 기울였다.

그중에서도 국채 매입을 통한 양적완화 여부에 대한 언급에 눈길을 더 주는 터였다.

이 상황에서 드라기 총재로서는 시장을 놀라게 하지 않는 한도 내에서 '원칙적으로' 이 문제를 언급하고 넘어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드라기 총재는 특히 이 발언에 바로 뒤이어 "ECB는 금(金)을 제외한 모든 자산"을 논의했다고 덧붙여 국채 매입 옵션 언급이 과도하게 해석될 여지를 한 번 더 틀어막았다.

그는 컨센선스 없이도 양적완화 정책을 결정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우리는 그동안 만장일치 없이 주요 결정들을 해왔다"면서 모두의 견해가 일치해야만 결정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라는 점을 확인했다.

그는 ECB의 국채 매입에 따른 법적인 걸림돌에 대해서는 "우리가 불법적인 것들을 논의한다고 생각하느냐"면서 "우리는 국채 매입을 포함할 수도 있는 양적완화 프로그램이 우리가 해야할 위임권한 범위에 있다고 확신한다. 우리의 위임권한을 다 하려 하지 않는 게 불법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 2월 독일 헌법재판소는 ECB의 국채 매입에 대해 "ECB의 통화정책 권한 밖에 있고 ECB 회원국의 재량권을 침해하며 재정 적자에 대한 지원을 금지하는 조항에 위배된다"면서 국채 매입에 반대한다는 의견을 유럽사법재판소(ECJ)에 전달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그러나 ECB에 관한 사법적인 판단은 룩셈부르크에 있는 ECJ의 권한이어서 독일 헌재의 결정이 ECB의 국채 매입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8개국)이 일본식 디플레에 빠질 수 있다는 경계감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미국, 일본처럼 유럽도 국채 매입을 통한 양적완화에 나설지 내내 관심이 모아질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이르면 내년 2월이나 3월을 결정 시기로 보고 있다.

한경닷컴 증권금융팀 b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