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팔리는 수입 향수와 여성 수영복의 평균 판매가가 수입가격의 8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용 화장품(페이스파우더)과 선글라스의 판매가도 수입가에 비해 각각 6.4배, 3.5배에 이르는 등 가격 차이가 심한 것으로 조사됐다. 관세청은 이들 품목이 독점적 유통구조로 수입되면서 터무니없이 높은 가격이 책정된 것으로 분석했다.
3000원에 수입된 女수영복, 국내 판매가격 5만5000원
저가 향수, 11배 비싸

관세청은 5일 서울 논현동 서울본부세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5개 주요 수입품의 수입가격을 공개했다. 지난 4월 유모차, 타이어, 와인, 립스틱 등 10개 품목의 가격을 공개한 데 이은 2차 수입품 가격 공개다. 이번에 공개한 15개 품목은 가죽핸드백, 가죽지갑, 손목시계, 가죽벨트, 맥주, 침낭, 페이스파우더, 선글라스, 여성용 청바지, 여성 수영복, 헤어드라이어, 향수, 디지털카메라, 초콜릿, 개 사료 등이다.

관세청은 외부 가격조사 기관 등과 협력해 제품별 수입 평균 가격과 국내 평균 판매가격(백화점, 마트, 인터넷쇼핑몰 등)을 비교했다. 여성 수영복은 국내 평균 판매가격이 수입가에 비해 8.4배나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향수는 8.0배, 페이스파우더는 6.4배였고, 디지털카메라(2.1배), 맥주(2.7배)를 제외한 가격공개 대상 전 제품이 3배 이상 비싼 가격에 팔리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저가 제품일수록 수입가격과 판매가격의 차이가 컸다. 비교적 저가인 N사 여성 수영복은 수입가가 3000원에 불과했으나 국내 판매가는 5만5000원으로 17배가 넘는 비싼 가격에 팔렸다. 향수도 8000원짜리 저가 수입품이 국내에선 11배에 달하는 9만원에 판매되고 있었고, 수입가 1만5000원짜리 저가 L청바지는 국내에서 5.74배인 9만원에 팔리는 것으로 조사됐다.

여성들에게 인기가 높은 핸드백도 고가인 A제품의 국내 판매가격은 수입가격(70만원)의 2.87배인 200만원이었지만, 비교적 저가인 B제품의 경우 국내 판매가격(60만원)이 수입가격(11만원)의 5배가 넘었다.

병행-공식수입품 가격차 미미

관세청은 이번에 2차 가격 공개와 함께 지난 4월 1차로 가격을 공개한 10개 품목의 가격 변화도 발표했다. 정부는 가격 공개를 통해 소비자들이 수입품에 대한 가격 정보를 명확하게 알고 수입품 가격 인하를 유도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했으나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실제 4월 당시 가격이 공개된 유모차, 타이어, 립스틱, 와인, 생수 등 10개 품목 중 공개 이후 가격이 하락한 품목은 2개에 불과했고 7개 품목은 되레 가격이 올랐다. 수입가와 판매가의 격차도 더 벌어졌다. 칠레산 와인은 1차 가격 공개 당시 평균 판매가가 수입가의 4.6배였으나 12월 현재 5.6배에 달하고 있고 치즈는 2.67배에서 3.03배로, 청소기는 3.75배에서 4.16배로 가격 차가 확대됐다.

정부가 수입품 가격 인하를 유도하기 위해 추진 중인 병행수입품 활성화 정책도 일부 고가 제품에는 별 효과가 없었다. 가죽핸드백의 경우 고가인 1분위 제품의 평균 판매가격(공식수입품)은 227만9000원, 같은 제품의 병행수입 판매가는 224만4000원으로 거의 차이가 없었다.

가죽지갑도 고가인 1분위 제품 평균 공식수입 판매가는 72만3000원, 병행수입 판매가는 74만4000원으로 병행수입품이 오히려 1만1000원 비쌌다. 이철재 관세청 특수통관과장은 “병행수입품의 경우 업체가 상대적으로 소량을 수입하는 탓에 일부 고가제품은 병행수입품과 공식수입품의 가격 차가 거의 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임원기 기자 wo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