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기대에 찬물…신뢰 잃은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이 4일(현지시간) 열린 통화정책회의에서 추가 경기 부양책 발표를 미루면서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사진)에 대한 시장의 불신이 커지고 있다.

ECB는 이날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연 0.05%로 동결했다. 지난 9월 연 0.15%에서 0.05%로 내린 뒤 3개월째 동결했다. 드라기 총재는 “내년 초 현행 경기 부양책의 효과를 다시 평가한 뒤 그 결과에 따라 미국식 양적 완화 도입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장에선 “투자자들은 양적 완화에 대한 드라기 총재의 확정적인 입장 표명을 기대했지만 실제 발언은 미온적이었다”며 “더 이상 드라기 총재를 신뢰하기 어렵다”는 회의적인 반응이 나오고 있다.

이날 ECB는 유로존 성장률 전망치를 석 달 만에 다시 낮췄다. 올 성장률은 0.9%에서 0.8%, 내년 전망은 1.6%에서 1%로 하향 조정했다. 2016년 성장률 전망 역시 1.9%에서 1.5%로 조정했다.

글로벌 IB 골드만삭스는 “지금까지 상황에 비춰봤을 때 내년 1분기 중 ECB가 양적 완화를 추진할 가능성은 50%에 불과하다”고 내다봤다. ECB 회의 결과에 대한 실망으로 이날 유럽 주요국 증시는 하락 마감하고, 유로화 가치는 뛰었다.

드라기 총재에 대한 시장의 부정적인 평가에도 불구하고 ECB가 내년에 국채 매입을 포함한 양적 완화에 나설 것이란 전망은 여전하다. 파이낸셜타임스는 “ECB 내 이견이 있지만 경제 전망까지 낮아진 상태라 내년 중 양적 완화가 단행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