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성범죄에 갈수록 가벼운 형을 선고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범죄에 무거운 벌을 내려야 한다는 여론에 따라 지난해 관련 양형기준을 강화한 것과 배치된다.

관대해지는 性범죄 판결…실형 선고 2년새 절반 '뚝'
대검찰청이 최근 영남대 산학협력팀에서 제출받은 ‘양형기준제의 현황 및 개선 방안’ 용역보고서를 한국경제신문이 지난 4일 입수해 살펴본 결과 성범죄에 대한 법원의 선고 형량이 최근 들어 크게 낮아졌다. 이 보고서는 2012년 6월~2014년 5월 유죄 판결이 난 성범죄 가운데 가해자가 성인인 사건 1700건의 형량을 집계한 것이다.

법원은 1700건의 판결 중 810건(47.6%)에 실형을, 890건에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연도별로 보면 2012년에는 전체 516건 중 291건(56.4%)에 실형을 선고해 실형률이 절반을 넘었다. 그러나 2013년에는 862건 중 411건(47.7%)에 실형을 선고했고 올해는 322건 중 108건(33.5%)이었다. 최근 2년간 실형률이 큰 폭으로 떨어진 것이다. 상대적으로 집행유예율은 그만큼 올랐다.

형기도 짧아졌다. 법원이 성범죄에 선고한 징역형(집행유예 포함)의 평균 형량은 2012년 34.9개월, 지난해 30.3개월, 올해 20.8개월로 최근 2년 새 크게 떨어졌다. 실형을 받은 사건의 형량만 보면 2012년 46.4개월, 지난해 42.8개월, 올해 33.1개월이었다.

이 기간 대법원의 성범죄 양형기준이 한 차례 강화된 것과 대조적인 현상이다.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지난해 4월 강화된 성범죄 양형기준을 의결해 그해 6월부터 시행했다. 새 양형기준은 강도강간, 특수강도강제추행의 권고 형량을 1~2년 정도 늘렸다. 경찰청에 따르면 성폭력 발생 건수는 2010년 1만8065건, 2011년 1만8499건, 2012년 1만9386건, 2013년 2만5591건으로 점점 늘고 있다.

성범죄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면서 상대적으로 경미한 사안의 적발이 많아진 게 형량 단축의 원인이라고 보는 견해도 있다.

경찰청은 성폭력 예방과 수사, 피해자 보호 등을 총괄하는 ‘성폭력대책과’를 신설한다고 5일 밝혔다. 현재 여성청소년과에 편성돼 있는 ‘성폭력대책계’는 이로써 내년부터 과 단위로 확대된다.

양병훈/김태호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