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窓] 과소평가 된 유가 하락 효과
환율, 중국경기, 유가가 내년 주식시장의 향방을 가늠할 3대 변수로 보인다. 중국은 과잉투자의 후유증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지만 성장률이 소폭 낮아지는 가운데 연착륙 흐름을 이어갈 전망이다. 따라서 환율과 유가가 관건이다.

환율과 관련한 우려는 원화보다 엔화가치 하락 속도가 더 가파르다는 점에 있다. 하지만 그 근간에는 달러화 강세가 내년에도 이어진다는 전망이 깔려 있다. 과거 모건스탠리 외환 전략가였던 스티븐 젠은 달러 가치는 미국경기 경착륙이나 급격한 침체기, 그리고 매우 강한 회복기에 강세를 보이는 반면 완만한 경기확장 또는 연착륙 시기에는 약세를 보인다는 ‘달러 스마일 이론’을 주창했다. 이 주장이 유효하다면 내년 미국 중앙은행이 금리인상을 단행할 정도로 완만한 경기회복세가 지속될 경우 달러화 강세가 주춤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3대 변수 중 가장 극적인 변화를 보이는 것은 유가다. 유가 하락은 시차를 두고 산업생산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 통상 유가 하락 약 6~9개월 뒤 미국, 유로존, 한국의 산업생산이 늘어났다. 유가 민감도가 매우 높은 중국은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두바이유 가격에 평균 5개월 후행한다. 산업생산 측면에서 직접적인 비용감소 효과에 더해 가처분소득 가운데 에너지 관련 지출 비용이 줄면서 여타 항목의 소비가 늘어나는 효과가 시차를 두고 반영되는 것이다.

과거 한국 경제에서 유가는 주로 상승 리스크에 초점이 맞춰졌기 때문에 최근 유가 하락의 긍정적 효과가 과소평가되는 것 같다. 산유국 경기 침체의 여파, 일부 산업의 이익 감소 등 부정적 측면이 있으나 고점 대비 40% 이상 하락한 유가는 거시경제 전반에 걸쳐 분명히 매우 큰 긍정적 요인이다. 유가가 현재 수준에서 안정된다면 내년 주식시장은 예상보다 강한 상승장이 될 수도 있다.

김영호 < 트러스톤자산운용 대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