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투자협회장 선거, 치열한 5파전
증권사 자산운용사 등 167개 금융투자업체가 회원으로 가입해 있는 금융투자협회 수장 자리를 놓고 치열한 선거전이 시작됐다. 황영기 전 KB금융지주 회장(62) 등 5명의 후보가 회원사를 방문해 지지를 호소하는 등 접전을 벌이고 있다. 금투협회는 옛 증권업협회 시절부터 회원사가 투표로 회장을 뽑는 전통을 갖고 있어 ‘외부 입김 논란’에선 상대적으로 자유롭다는 평이다. 우리은행장이나 은행연합회장 등의 선발 과정이 세간의 입방아에 오르는 것과 달리 ‘외압설’이 나오지 않는 이유다. ‘조용하지만 열띤 선거전’이 벌어지고 있다는 이야기다.

초반 판세는 선거전에 빨리 뛰어들거나 지명도가 높은 ‘3강(强)’이 조금 앞선다는 관측이 나온다. 법무법인 세종 고문인 황영기 전 회장은 ‘무게감’에서 두드러지는 후보다. 1975년 삼성물산에 입사했다가 뱅커스트러스트를 거쳐 다시 삼성으로 돌아와 삼성투자신탁운용 사장, 삼성증권 사장 등을 역임했다. KB금융지주와 우리금융지주 회장 등을 지낸 금융 전문가다. 경력과 인적 네트워크는 뛰어나지만 한동안 증권가를 떠나 있었다는 게 단점으로 꼽힌다. 최근엔 여의도에 사무실을 내고 회원사를 찾아다니며 거리 좁히기에 나섰다.

김기범 전 KDB대우증권 사장(58)은 최근까지 증권가에 몸담은 만큼 실무에 밝다는 평가를 받는다. 사교성도 좋고 겸손해 주변에 사람이 많다는 설명이다. 씨티은행에 입행했다가 1990년 대우증권으로 옮겨 런던법인장, 메리츠종금증권 사장 등을 지냈다. 산은금융지주와의 갈등 속에서 임기를 8개월 남긴 지난 7월 말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사퇴한 게 동정표를 모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다만 황건호·박종수 회장에 이어 대우 출신이 또 회장을 맡느냐는 ‘거부감’을 어떻게 무마하느냐가 관건이란 분석이다.

황성호 전 우리투자증권 사장(61)은 ‘마당발’이다. 후보 중에서 가장 빠른 지난 10월 선거 캠프를 차렸다. 이미 회원사 순방을 마쳤고, 두 번째 돌면서 ‘표밭’을 다지고 있다. 1979년 씨티은행에 입행한 뒤 제일투자신탁증권 대표, PCA투자신탁운용 사장 등을 거쳤다.

유정준 전 한양증권 사장(63)과 최방길 전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부회장(63)은 선거전에 뒤늦게 뛰어들었다. 유 전 사장은 정권 실세들과 대학 동문이라는 점이 강점이자 약점으로 꼽힌다. 최 전 부회장은 한국증권거래소에 입사했다가 1982년 신한은행 창립 때 신한금융그룹에 합류했다. 회장으로 선출되면 운용사 출신으로는 최초다. 증권사 표심을 어떻게 움직이느냐가 숙제다.

금투협회장 선거전이 달아오르고 있는데도 관치 논란이 적은 것은 직접·비밀투표 원칙이 있어서다. ‘보이지 않는 손’이 167곳이나 되는 회원사를 움직이기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2012년 협회장 선거 때 박근혜 대선 캠프에 몸담았던 최경수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새 후보로 유력하다는 소문이 나돌았지만 결선투표까지 가는 경합이 벌어졌고 결국 박종수 회장이 당선됐다.

금투협회는 오는 16일 이사회를 열어 후보추천위원회(후추위)를 구성하고, 내년 1월 말 전체 회원사 투표를 진행하기로 했다. 후보들은 후추위의 서류·면접 전형이란 1차 관문을 통과해야 한다. 후추위는 협회 공익이사와 외부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다. 2012년엔 후추위가 여러 후보 중 3명에게만 표 대결을 벌일 수 있는 자격을 줬다.

협회장을 뽑기 위한 투표 방식은 조금 복잡하다. 회원사들이 1사 1표를 행사하지만 전체의 60%에만 영향을 미친다. 나머지 40%는 협회비 분담률에 따라 제각각이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