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지주 사외이사들의 사퇴가 시작됐다. 고승의 사외이사는 5일 사퇴의사를 밝히고 사외이사와 감사위원회 위원에서 물러났다. 나머지 사외이사 중 일부도 오는 12일 열리는 임시이사회 후 사퇴할 의사를 내비쳤다고 KB금융 이사회 사무국이 5일 발표했다.

KB금융 사외이사 8명은 이날 확대경영전략위원회에 참석한 뒤 별도 간담회를 열어 거취에 대해 논의했다. 일부에서는 즉각 사퇴하자고 주장한 반면 일부 사외이사는 임기까지 자리를 지켜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일부는 “잘못한 것도 없는데 금융당국의 부당한 압력으로 사퇴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을 나타내 최종 합의에는 이르지 못했다.

결국 2010년 3월에 선임돼 연임 횟수를 꽉 채운 고승의 사외이사가 먼저 사퇴의사를 밝혔다. 내년 3월 임기가 만료되는 김영진 황건호 이종천 김영과 사외이사도 연임하지 않기로 했다. 하지만 사퇴시기에 대해선 합의를 보지 못했다. 이들 중 일부가 12일 사퇴할 것으로 보인다. 조재호 김명직 신성환 사외이사는 올해 임명돼 임기가 2016년 3월에 끝난다.

금융계에서는 사외이사들이 사퇴해야만 KB금융의 LIG손해보험 인수를 승인해줄 수 있다는 금융당국의 입장이 워낙 강경해 사외이사들이 결국 시차를 두고 내년 3월 주총 때까지 모두 사퇴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사외이사추천위원회와 감사위원회 등을 운영하기 위해선 4명 이상의 사외이사가 필요한 만큼 내년 3월 주총 전에 모두 사퇴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사외이사들이 퇴진키로 의견을 모을 경우 금융당국도 LIG손보 인수에 대한 부정적 태도를 바꿔 이달 중 인수 승인을 할 것으로 보인다.

박한신 기자 han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