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레터', 아련하고 예쁜 첫사랑 얘기…가창과 연주·구성 '수준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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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리뷰
“생각이 나/하나하나 되살아 나/다른 반 친구가 전해달라 맡겼던 러브레터.(…)기억이 나/하나하나 되살아 나/무심한 얼굴로 웃지않던 그 차가운 눈빛.(…)지난 시간이, 이 순간/나를 가득 채우네/기억이 나”
이츠키가 다락방에서 10년 전 잃어버린 시간을 하나하나 되살리듯이, 까맣게 잊었던 15년 전 영화의 장면과 추억이 하나하나 되살아났다. 음악과 무대와 드라마가 참으로 예쁘게 어우러져 그리움과 첫사랑의 감성을 만들어낸다.
서울 대학로 동숭아트센터 동숭홀에서 공연중인 뮤지컬 ‘러브레터’는 1999년 국내 개봉해 ‘오겡끼데스까(잘 지내나요)?’ 바람을 불러 일으켰던 이와이 순지 감독의 동명 영화를 무대화했다.
‘잘 만든(well-made)’ 뮤지컬이다. 윤혜선(대본·작사) 김아람(작곡) 변정주(연출) 등 한국 창작진은 영화 못지 않은 감동을 주는 멋진 무비컬(영화를 원작으로 하는 뮤지컬)을 창조해 냈다.
무대는 원작을 충실하게 따라간다. 불의의 사고로 죽은 연인 ‘남자 후지이 이츠키’를 잊지 못하는 히로코와 같은 이름을 가진 남자에 대한 첫사랑의 기억을 잊고 사는 ‘여자 후지이 이츠키’가 편지로 얽히면서 아름답고 슬프고 아련한 사랑 이야기가 펼쳐진다.
이야기를 뮤지컬 화법에 맞게 풀어내는 솜씨가 뛰어나다. 극적 구성(플롯)의 밀도가 높고 이음새도 좋다. 음악과 노래가 살아 있다. 클라리넷과 첼로, 바이올린, 피아노의 4중주가 무대에 감성을 입히며 분위기를 이끌고, 극 속에 유기적으로 녹아든 노래가 이야기를 이끈다. 오페라 아리아든지 뮤지컬 넘버든지 극과 착 달라붙어 하나가 될 때 생명력을 얻는다는 진리를 새삼 일깨운다.
가창과 연주의 어울림, 주역들과 앙상블의 화음도 수준급이다. 음향 시설이 그다지 뛰어나지 않은 공연장 여건을 감안하면 썩 괜찮은 소리를 들려준다. 배우 곽선영은 히로코와 여자 이츠키 1인 2역을 맡아 성격이 다른 두 여성의 미묘한 감정선을 섬세하게 그려낸다. 영화 속 같은 배역을 연기해 ‘만인의 연인’이 됐던 나카야마 미호의 그림자를 말끔하게 지울 만큼 자신만의 순수한 매력을 발산한다. 무대에서 그동안 보지 못했던 보물을 발견한 느낌이다. 윤석원(아키바) 유주혜(소녀 이츠키) 조상웅(소년 이츠키) 등도 캐릭터에 동화된 좋은 연기를 보여준다.
퍼포먼스의 숙련도가 높아지고 음정과 음량, 동선의 ‘미세 조정’만 이뤄진다면 더할 나위 없는 완성도를 갖춘 공연이 될 것같다. 이래저래 얼어붙은 마음을 따뜻하게 녹여줄 만한 무대다. 내년 2월 15일까지, 5만~8만원.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
이츠키가 다락방에서 10년 전 잃어버린 시간을 하나하나 되살리듯이, 까맣게 잊었던 15년 전 영화의 장면과 추억이 하나하나 되살아났다. 음악과 무대와 드라마가 참으로 예쁘게 어우러져 그리움과 첫사랑의 감성을 만들어낸다.
서울 대학로 동숭아트센터 동숭홀에서 공연중인 뮤지컬 ‘러브레터’는 1999년 국내 개봉해 ‘오겡끼데스까(잘 지내나요)?’ 바람을 불러 일으켰던 이와이 순지 감독의 동명 영화를 무대화했다.
‘잘 만든(well-made)’ 뮤지컬이다. 윤혜선(대본·작사) 김아람(작곡) 변정주(연출) 등 한국 창작진은 영화 못지 않은 감동을 주는 멋진 무비컬(영화를 원작으로 하는 뮤지컬)을 창조해 냈다.
무대는 원작을 충실하게 따라간다. 불의의 사고로 죽은 연인 ‘남자 후지이 이츠키’를 잊지 못하는 히로코와 같은 이름을 가진 남자에 대한 첫사랑의 기억을 잊고 사는 ‘여자 후지이 이츠키’가 편지로 얽히면서 아름답고 슬프고 아련한 사랑 이야기가 펼쳐진다.
이야기를 뮤지컬 화법에 맞게 풀어내는 솜씨가 뛰어나다. 극적 구성(플롯)의 밀도가 높고 이음새도 좋다. 음악과 노래가 살아 있다. 클라리넷과 첼로, 바이올린, 피아노의 4중주가 무대에 감성을 입히며 분위기를 이끌고, 극 속에 유기적으로 녹아든 노래가 이야기를 이끈다. 오페라 아리아든지 뮤지컬 넘버든지 극과 착 달라붙어 하나가 될 때 생명력을 얻는다는 진리를 새삼 일깨운다.
가창과 연주의 어울림, 주역들과 앙상블의 화음도 수준급이다. 음향 시설이 그다지 뛰어나지 않은 공연장 여건을 감안하면 썩 괜찮은 소리를 들려준다. 배우 곽선영은 히로코와 여자 이츠키 1인 2역을 맡아 성격이 다른 두 여성의 미묘한 감정선을 섬세하게 그려낸다. 영화 속 같은 배역을 연기해 ‘만인의 연인’이 됐던 나카야마 미호의 그림자를 말끔하게 지울 만큼 자신만의 순수한 매력을 발산한다. 무대에서 그동안 보지 못했던 보물을 발견한 느낌이다. 윤석원(아키바) 유주혜(소녀 이츠키) 조상웅(소년 이츠키) 등도 캐릭터에 동화된 좋은 연기를 보여준다.
퍼포먼스의 숙련도가 높아지고 음정과 음량, 동선의 ‘미세 조정’만 이뤄진다면 더할 나위 없는 완성도를 갖춘 공연이 될 것같다. 이래저래 얼어붙은 마음을 따뜻하게 녹여줄 만한 무대다. 내년 2월 15일까지, 5만~8만원.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