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신고가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는 중국 증시가 국내 시장엔 오히려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중국계 자금을 필두로 외국계 자금의 이탈 조짐이 감지되고 있어서다. 같이 오르고 같이 떨어져 ‘세트 메뉴’로 통했던 두 나라 증시가 ‘대체재’로 바뀌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中 자금, 석달째 한국 이탈 '틀어진 궁합'
○중국 자금 3개월째 순유출

지난 5일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2937.65로 장을 마쳤다. 지난 4일에 이어 3년 만에 최고치를 또다시 경신했다. 올해 하반기를 2048.33으로 시작한 지수가 5개월여 만에 43% 넘게 오른 셈이다. 상하이와 홍콩 증시 간 교차매매를 허용하는 후강퉁(港通), 기준 금리 인하와 같은 재료들이 중국 증시를 밀어올렸다는 분석이다. 같은 기간 10~20포인트 범위 내에서 제자리걸음을 한 코스피지수와 대조적인 행보다.

하지만 중국 증시의 단기 과열에 따른 ‘풍선효과’가 국내 증시에 부담을 주고 있다.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중국 ‘큰손’들은 국내 증권시장에서 주식 2조원어치 이상을 사들였지만 9월 이후 순매도로 방향을 틀었다. 9월 488억원, 10월 58억원이었던 순매도액이 11월엔 928억원까지 불어났다. 최홍매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두 나라 증시 투자자들의 수익률 차이가 크다”며 “수익률을 좇아 자금이 빠져나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이탈한 중국계 자금이 단시일 내에 한국으로 되돌아올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다. 국내 증시에 유입된 중국 자금 중 96%가량이 주식을 자주 사고팔지 않는 공공기관에서 나왔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중국 공공기관이 국내 주식시장에서 발을 빼려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며 “매도 물량이 얼마나 될지를 꾸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 등 다른 나라의 자금 역시 중국 주식 열풍의 간접 영향권에 들어왔다는 해석도 나온다. 11월 국내 주식시장에 순유입된 일본 자금은 1630억원으로 9월(9360억원) 대비 82% 감소했다. 한국으로 와야 할 선진국 지금 중 일부를 중국으로 돌리는 사례는 비일비재할 것이란 설명이다.

○ELS 시장에도 ‘찬물’

국내 투자자들의 중국 주식 직접투자 열기가 일찍 꺾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증권사 프라이빗뱅커(PB)는 “중국 본토주식 투자를 고려하던 고객 중 일부가 투자 일정을 연기하거나 다른 지역으로 투자처를 바꾸고 있다”며 “중국 증시의 단기 급등이 투자자를 모으는 데 오히려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월 평균 6조~8조원어치의 상품이 팔리는 주가연계증권(ELS) 시장도 중국 증시 급등의 여파로 위축될 조짐이다. 전체 ELS 판매액의 95% 이상을 차지하는 지수형 상품들 대부분이 홍콩 상장 중국본토기업 지수인 HSCEI(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를 기초자산으로 발행되기 때문이다. 한 증권사 ELS 담당자는 “홍콩 HSCEI가 2개월간 15%가량 오르면서 저위험 상품을 찾던 고객들이 ELS 신상품 청약을 꺼리거나 투자금을 줄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수형 ELS는 기초자산으로 활용되는 지수가 계약 시점보다 40~50% 이상 떨어지지 않으면 약속된 이자를 받는 상품이다. 기초자산이 비쌀수록 투자자에게 불리하다. HSCEI가 10,000일 때 가입한 손실구간 50% 상품은 지수가 5000 이상만 유지하면 원리금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같은 조건의 상품은 HSCEI 12,000일 때 약속된 이자를 받을 수 있는 마지노선이 6000으로 올라간다.

허란/송형석 기자 w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