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D산업 크려면 혁신벤처 필요"
박은현 세미콘라이트 사장(사진)은 “규모의 경제를 이룬 중국, 대만의 LED(발광다이오드)기업에 맞서 똑같이 물량공세를 해서는 국내 기업에 미래가 없다”며 “LED산업이 더 크려면 혁신적인 벤처기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 사장은 1990년대 중반 KAIST 전기전자공학 석사과정 때부터 지금까지 20여년간 LED 연구와 제품개발에 힘써 온 국내 대표적 LED 전문가다. 그가 이끌고 있는 LED칩 업체 세미콘라이트는 지난달 말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창조경제 벤처창업대전’에서 대통령상을 받았다. 세미콘라이트는 올해부터 중국이나 대만 기업이 만드는 수평형 LED 칩은 만들지 않고, 제조공정을 단축하고 신뢰성을 높인 새 제품 ‘플립칩’만 생산하고 있다.

박 사장은 “삼성전자와 LG전자가 휴대폰과 TV로 글로벌 시장을 장악한 덕분에 LED 패키지(LED칩이 빛을 낼 수 있게 만든 제품)를 납품하는 업체 위주로 국내 LED산업이 성장했는데, 이들 업체가 밸류체인의 가장 밑단인 칩 기술을 쌓기보다는 값싼 칩을 가져다 쓰는 데 주력했다”며 “이러다 보니 LED칩 원천기술이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중국 1위 패키지 업체 MLS 한곳에서만 월 150억개씩 생산할 수 있는데 한국 패키지업체들은 모두 합쳐봐야 고작 50억개 수준”이라며 “국내 업체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기술과 생산능력에서 모두 뒤처졌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박 사장은 “필립스나 오스람 등 글로벌 업체들이 과거에는 칩, 패키지, 모듈, 조명 등 LED 생산단계 모두를 하는 수직계열화를 이뤘다가 지금은 각각의 공정을 전문 기업이 나눠 맡는 식으로 바뀌고 있다”며 “국내 LED산업도 수직계열화보다는 분업화하는 쪽으로 가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의료용 LED, 적외선 LED 시장 등 작지만 기술이 많이 필요한 곳에서 창조적인 벤처기업들이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