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세안은 한국의 제2 교역 상대
서로 손잡고 미래 꿈 함께 이루길
서정하 < 駐싱가포르 대사 >
지난 사반세기 동안 한·아세안 관계는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1989년 한국은 개발도상국 최초로 아세안의 대화상대국이 됐으나 부분대화상대국이란 지위를 얻는 데 그쳤다. 당시 개도국과 대화관계를 갖지 않았던 아세안이 내부 논란 끝에 한국을 위한 특수 지위를 고안해낸 것이다. 이후 한국은 1991년 아세안의 완전대화상대국으로 격상됐으며, 2010년에는 전략적 협력동반자관계로 발전했다.
현재 아세안은 한국 경제의 핵심 파트너다. 한국에 아세안은 제2의 교역 상대이자 2대 투자 대상지역이며 2대 해외건설 수주지역이다. 한국은 아세안의 제5위 교역상대국으로 부상했으며 아세안 신흥국 개발을 위한 주요 투자국이다. 현재 37만명에 달하는 아세안 국민들이 한국에 거주하고 있는 데서 알 수 있듯이 아세안은 사회적으로 우리와 뗄 수 없는 관계가 됐다. 문화적으로도 아세안 국가들은 한류 세계화의 전초기지 역할을 하고 있다.
아세안이 경제협력 파트너로서 갖는 중요성은 매우 높아질 것이다. 아세안은 풍부한 노동력과 천연자원을 가진 차세대 브릭스(BRICS)로 주목받고 있는데다 내년에는 아세안 경제공동체 출범으로 인구 6억명과 국내총생산(GDP) 2조4000억달러의 거대한 경제블록 탄생이 예고되고 있다. 이런 아세안과의 협력 잠재력을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을 해야 할 것인가. 무엇보다 한국과 아세안이 상생의 파트너라는 인식을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점에서 한국이 ‘아세안+3’의 한 축으로서 국력에 걸맞은 공헌을 해왔는지 자문해 보고, 지난해 총 287억달러에 달하는 무역흑자가 한국에만 유리한 경제교류로 비쳐지지는 않을지 되새겨 봐야 하겠다.
또 아세안의 높아진 전략적 가치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아세안의 전략적 중요성은 최근 중국과 일본이 펼치고 있는 대(對)아세안 매력공세에서도 엿볼 수 있다. 중국은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에 적극성을 보이는 동시에 대아세안 원조를 대폭 늘리고 있으며, ‘21세기 해양실크로드’와 ‘아시아 인프라투자은행(AIIB)’ 등 아세안 국가들이 솔깃해하는 각종 프로젝트를 제안하고 있다. 아세안과 장기적 파트너십을 쌓아온 일본도 공적개발원조 확대에 열을 올리며 이른바 ‘적극적 평화주의’에 대한 아세안의 지지를 얻기 위해 애쓰고 있다. 동북아 평화협력구상을 추진하는 우리에게도 아세안과의 전략적 유대 도모는 중요할 수밖에 없다. 한국과 아세안은 동북아와 동남아에서의 강대국 간 대립 과열이 자칫 지역 전체의 불안정을 초래할 수 있는 상황에서 이를 막아야 하는 공통 관심사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는 신뢰와 행복의 동반자관계 강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한국은 행복한 통일시대를 꿈꾸고 있으며, 아세안은 역내 행복 증진을 위한 공동체 실현을 꿈꾸고 있다. 한국과 아세안의 미래관계가 서로의 꿈을 성취하는 데 일조할 수 있는 상생의 동반자관계로 발전할 것으로 기대한다.
서정하 < 駐싱가포르 대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