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 첫 美 '대통령자원봉사상'
미국 버지니아주 리치먼드에서 슈퍼마켓을 운영하고 있는 탈북자 김영옥 씨(미국명 그레이스 김·48·사진). 지난달 미국에서 탈북자로는 처음으로 ‘대통령 자원 봉사상’을 받은 김씨는 6일(현지시간)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에 정착할 당시는 북한에서의 삶보다 더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함경남도 단천 광산에서 일하던 김씨는 돈을 벌기 위해 딸과 함께 잠시 중국으로 건너갔다가 그 길로 탈북을 결심했다. “2개월가량 산을 넘고 넘어 태국 이민국 수용소에 들어가 1년3개월을 기다리자 미국 망명 허가가 떨어졌어요.” 그는 한국에 망명할 생각이었지만 수용소에서 한국에 정착하기 쉽지 않다는 이야기를 듣고 미국행을 택했다. 하지만 그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미 정부에서 주는 월 정착금 237달러가 전부였다.
김씨는 “한국 교회를 찾아가 아무 일자리도 좋으니 구해달라고 부탁하고 닥치는 대로 일했다”며 “한국 식당, 잔디 깎기, 세탁소 재봉, 양로원 청소, 빌딩 청소, 카펫 깔기 등 닥치는 대로 일했다”고 말했다. 1년간 그렇게 모은 돈이 5만달러. 다운페이(선지급금) 3만5000달러를 내고 작은 집을 장만하자 주위 한인들이 깜짝 놀랐다. 그로부터 1년 후 김씨는 조그만 생선가게를 냈고 지금은 점원 6명을 둔 슈퍼마켓 주인인 여성 사업가로 변신했다.
삶의 여유를 찾은 김씨는 탈북자들을 돕는 일을 시작했다. 지금까지 재미 탈북자 170여명 가운데 40여명이 그의 도움을 받았다. 김씨는 “매년 2만달러 이상 탈북자들을 지원한다”면서 “앞으로 돈을 많이 벌어 보육원과 양로원을 짓는 게 꿈”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그는 “한국에서도 많은 탈북자가 어렵게 살고 있다는 걸 알고 있다”며 “그들에게 좌절하지 말고, 자유의 나라에서는 노력하면 반드시 대가가 뒤따른다는 것을 말해주고 싶다”고 했다.
워싱턴=장진모 특파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