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스활명수’로 유명한 국내 최장수 제약회사 동화약품이 50억원대의 리베이트를 의사들에게 제공했다가 검찰에 적발됐다. 의약품 리베이트 처벌 법규가 시행된 2008년 12월 이후 적발된 사건 중 액수와 가담 인원수에서 가장 규모가 크다.

의사에 명품·월세 대납…동화약품, 50억대 리베이트
서울서부지검 정부합동 의약품 리베이트 수사단(단장 이성희 부장검사)은 전국 923개 병·의원 의사들에게 50억7000만원 상당의 의약품 리베이트를 제공한 혐의(약사법 위반)로 동화약품 영업본부장 이모씨(49), 광고대행사 서모씨(50)와 김모씨(51) 등 3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7일 밝혔다. 검찰은 또 동화약품으로부터 300만~3000만원씩 리베이트를 받은 혐의(의료법 위반)로 의사 155명도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동화약품은 시장조사를 빙자한 설문조사를 한 뒤 그 대가로 의사들에게 뒷돈을 제공한 것으로 드러났다. 2010년 1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자사 제품 판매를 촉진하기 위해 계약한 광고대행사 세 곳을 통해 병·의원 의사들에게 설문지를 제공하고 설문에 참여하면 참가비 명목으로 300만~3000만원씩 제공했다.

동화약품 영업본부는 사전에 리베이트를 건넬 의사와 제품별 리베이트 금액이 적힌 명단을 대행사에 전달했고, 대행사는 영업사원을 명단에 적힌 의사들에게 보내 형식적으로 설문조사서를 제출하도록 했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리베이트는 현금·상품권 등이 대부분이었다. 이 밖에 명품지갑을 제공하거나 의사들이 거주하는 원룸 월세를 대신 내주기도 하는 등 다양한 수법이 동원됐다.

판촉 대상 제품은 일반의약품과 달리 의사의 처방이 필요하고 대중매체 광고가 불가능한 전문의약품(ETC)이 대부분이었다. 금품을 받은 혐의가 확인된 병·의원만 전국 923곳에 달한다.

검찰 관계자는 “제약사가 의사들에게 제공한 리베이트는 약값으로 전가돼 고스란히 환자들의 부담으로 돌아간 셈”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보건복지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불법 행위가 드러난 동화약품과 병·의원에 대해 면허 정지 및 판매업무 정지 등의 행정처분을 의뢰했다. 또 현행법상 ‘2년 이하의 징역, 3000만원 이하 벌금’인 리베이트 제공 및 수수자에 대한 법정형이 지나치게 낮다고 판단, 관련 법령 개정을 건의했다.

1897년 9월25일 설립된 동화약품은 까스활명수, 판콜에이, 후시딘 등의 의약품을 생산하는 국내 최초이자 최장수 제약기업이다.

김태호 기자 highk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