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중국 증시 급등세…아베 이어 '시진핑 도박'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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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물경기와 주가 괴리현상 발생
중국 증시 인식 전환 필요한 때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
중국 증시 인식 전환 필요한 때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
중국 증시가 급부상하고 있다. 올 들어 상하이지수가 무려 38% 급등했다. 미국 다우존스지수 상승률의 다섯 배가 넘는 수준이다. 폐장 3주일을 앞두고 여전히 작년 말 수준에도 못 미치는 한국 증시와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주가는 경기 실상을 반영하는 얼굴’이라는 이론적 토대에서 보면 중국 증시의 급등세는 쉽게 이해되지 않는 현상이다. 올해 분기별 평균 성장률은 7.4%였다. 한참 잘나갔던 두 자릿수대 성장률과 바오바(保八·8% 성장률 유지) 정책에 따라 평가 기준이 된 8%에 비해 밑돌았다. 올 한 해 내내 중국 경제에 대해 경착륙, 중진국 함정이 우려된 것도 이 때문이다.
과연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엔저 도박에 이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주가 도박’인가. 경기와 주가 간 괴리현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중국 경제 성장률에 대한 인식부터 전환해야 한다. 특정 국의 경제발전 단계는 ‘S’자형을 그린다. 유아기→청소년기→성년기→중장년기→노년기를 거친다. 그때마다 성장 속도가 다르다. 청소년기가 가장 빠르고 그 이후 둔화된다.
1인당 소득으로 따진다면 청소년 전반기는 1000~5000달러, 청소년 후반기는 5000~1만달러대다. 올해 중국의 1인당 소득은 7000달러 내외로 추정된다. 청소년 후반기란 점에서 성장 속도는 전반기보다 둔화돼야 한다. 올해 중국의 7%대 성장률을 놓고 ‘침체’라고 우려하는 것보다 ‘적절(혹은 연착륙)’하다는 시각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사회주의 국가 성장 경로상 지금 시점에선 성장률이 둔화되는 것이 오히려 바람직하다. 사회간접자본 미비, 국내 자본 축적이 안 된 초기에는 단순히 노동력을 활용해 성장의 가닥을 잡아가는 ‘외연적 성장 단계’를 거친다. 경제발전 단계가 앞선 국가들의 경쟁력 상실로 수출시장도 쉽게 확보할 수 있다.
하지만 농촌에서 노동력 공급이 멈추는 ‘루이스 전환점’을 지나면 임금이 급등하면서 ‘고비용-저효율’ 체제가 정착된다. 이때 ‘저비용-고효율’ 체제로 탈바꿈하기 위해서는 ‘내연적 성장 단계’로 이행해야 한다. 성공 여부는 생산성 증대다. 이 단계에서도 고성장에 집착해 단기 부양책을 추진하면 기술개발, 구조조정 등의 의욕이 꺾여 이행이 느려진다.
경제 성장률 7%대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중국 경제의 대외 위상이 하루가 다르게 높아지는 것이 그 증거다. 3년 전 수출액은 독일을 제치고 1위가 됐다. 이달 들어 시가총액도 일본을 따돌리고 2위에 올랐다. 올해 말에는 외환보유액이 4조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영국 경제전문지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내년에는 소득 규모(구매력 기준)도 미국을 능가할 것으로 예측됐다.
올해를 기점으로 세계 경제 질서는 미국과 중국이 주도하는 ‘차이메리카(Chimerica)’ 시대에 접어들었다고 평가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차이메리카란 2007년 닐 퍼거슨 미국 하버드대 교수가 처음 주장해 유명해진 용어로 ‘China’와 ‘America’의 합성어다. 2차대전 이후 지속돼온 미국 중심의 ‘팍스 아메리카나’ 를 제치고 중국 중심의 ‘팍스 시니카’ 시대가 도래할 날도 머지않아 보인다.
중국은 시진핑 체제 출범 이후 높아지는 경제 위상에 맞춰 위안화 국제화 과제에 주력해 오고 있다. 지금처럼 ‘세계가 하나의 시장’이 된 시대에는 국제 위상을 높이는 것도 좋은 발전 전략이다. 특히 중국처럼 수출 지향적인 압축 성장을 한 국가일수록 그렇다. 경제 각료에 대한 국제금융시장 평가에서 중국이 한국보다 더 좋은 평가를 받는 것도 이 때문이다.
중국은 위안화 국제화를 추진한 지 3년차를 맞은 올해 초부터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 위해 더 속도 있게 밀어붙여 왔다. 위안화 결제 국가는 220개국이 넘는다. 통화스와프 협정을 맺은 국가도 23개국에 달한다. 중화 혹은 화인 경제권에 속한 국가뿐만 아니라 독일, 영국, 프랑스 등 유럽의 핵심국가도 위안화 허브를 구축했다. 지난달 후강퉁을 시작한 데 이어 이달부터 ‘원·위안화 직거래 시장’도 개설했다. 한국 외환제도 역사상 획기적인 일로 평가된다.
대내외 공정한 경쟁 기반을 구축하기 위해 중국 내부적으로도 부패를 청산하고 법치주의 확립에 주력해 오고 있다. 시카고 학파의 이론에 따르면 법 앞에 평등하다면 부(富)를 축적할 목적으로 정보의 비대칭성을 이용해 증시를 ‘도박장’으로 만들기는 힘들다. 오히려 올 하반기 이후 위안화 국제화 과제 성과가 속속 나타나면서 국제금융시장에서 신뢰가 높아지는 것이 주가 급등의 주요인이다.
금융위기 이후 중국에 대한 인식이 악화됐다. 특히 재테크 시장에서 심하다. 중국 관련 금융상품 수익률이 급락했기 때문이다. 이제부터는 인식을 새롭게 해야 한다.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처럼 중국에서 나타나는 새로운 변화를 잘 읽어 돈을 번 사람이 많다. 앞으로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이 사회주의 국가라는 점은 유념해야 한다.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
‘주가는 경기 실상을 반영하는 얼굴’이라는 이론적 토대에서 보면 중국 증시의 급등세는 쉽게 이해되지 않는 현상이다. 올해 분기별 평균 성장률은 7.4%였다. 한참 잘나갔던 두 자릿수대 성장률과 바오바(保八·8% 성장률 유지) 정책에 따라 평가 기준이 된 8%에 비해 밑돌았다. 올 한 해 내내 중국 경제에 대해 경착륙, 중진국 함정이 우려된 것도 이 때문이다.
과연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엔저 도박에 이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주가 도박’인가. 경기와 주가 간 괴리현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중국 경제 성장률에 대한 인식부터 전환해야 한다. 특정 국의 경제발전 단계는 ‘S’자형을 그린다. 유아기→청소년기→성년기→중장년기→노년기를 거친다. 그때마다 성장 속도가 다르다. 청소년기가 가장 빠르고 그 이후 둔화된다.
1인당 소득으로 따진다면 청소년 전반기는 1000~5000달러, 청소년 후반기는 5000~1만달러대다. 올해 중국의 1인당 소득은 7000달러 내외로 추정된다. 청소년 후반기란 점에서 성장 속도는 전반기보다 둔화돼야 한다. 올해 중국의 7%대 성장률을 놓고 ‘침체’라고 우려하는 것보다 ‘적절(혹은 연착륙)’하다는 시각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사회주의 국가 성장 경로상 지금 시점에선 성장률이 둔화되는 것이 오히려 바람직하다. 사회간접자본 미비, 국내 자본 축적이 안 된 초기에는 단순히 노동력을 활용해 성장의 가닥을 잡아가는 ‘외연적 성장 단계’를 거친다. 경제발전 단계가 앞선 국가들의 경쟁력 상실로 수출시장도 쉽게 확보할 수 있다.
하지만 농촌에서 노동력 공급이 멈추는 ‘루이스 전환점’을 지나면 임금이 급등하면서 ‘고비용-저효율’ 체제가 정착된다. 이때 ‘저비용-고효율’ 체제로 탈바꿈하기 위해서는 ‘내연적 성장 단계’로 이행해야 한다. 성공 여부는 생산성 증대다. 이 단계에서도 고성장에 집착해 단기 부양책을 추진하면 기술개발, 구조조정 등의 의욕이 꺾여 이행이 느려진다.
경제 성장률 7%대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중국 경제의 대외 위상이 하루가 다르게 높아지는 것이 그 증거다. 3년 전 수출액은 독일을 제치고 1위가 됐다. 이달 들어 시가총액도 일본을 따돌리고 2위에 올랐다. 올해 말에는 외환보유액이 4조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영국 경제전문지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내년에는 소득 규모(구매력 기준)도 미국을 능가할 것으로 예측됐다.
올해를 기점으로 세계 경제 질서는 미국과 중국이 주도하는 ‘차이메리카(Chimerica)’ 시대에 접어들었다고 평가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차이메리카란 2007년 닐 퍼거슨 미국 하버드대 교수가 처음 주장해 유명해진 용어로 ‘China’와 ‘America’의 합성어다. 2차대전 이후 지속돼온 미국 중심의 ‘팍스 아메리카나’ 를 제치고 중국 중심의 ‘팍스 시니카’ 시대가 도래할 날도 머지않아 보인다.
중국은 시진핑 체제 출범 이후 높아지는 경제 위상에 맞춰 위안화 국제화 과제에 주력해 오고 있다. 지금처럼 ‘세계가 하나의 시장’이 된 시대에는 국제 위상을 높이는 것도 좋은 발전 전략이다. 특히 중국처럼 수출 지향적인 압축 성장을 한 국가일수록 그렇다. 경제 각료에 대한 국제금융시장 평가에서 중국이 한국보다 더 좋은 평가를 받는 것도 이 때문이다.
중국은 위안화 국제화를 추진한 지 3년차를 맞은 올해 초부터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 위해 더 속도 있게 밀어붙여 왔다. 위안화 결제 국가는 220개국이 넘는다. 통화스와프 협정을 맺은 국가도 23개국에 달한다. 중화 혹은 화인 경제권에 속한 국가뿐만 아니라 독일, 영국, 프랑스 등 유럽의 핵심국가도 위안화 허브를 구축했다. 지난달 후강퉁을 시작한 데 이어 이달부터 ‘원·위안화 직거래 시장’도 개설했다. 한국 외환제도 역사상 획기적인 일로 평가된다.
대내외 공정한 경쟁 기반을 구축하기 위해 중국 내부적으로도 부패를 청산하고 법치주의 확립에 주력해 오고 있다. 시카고 학파의 이론에 따르면 법 앞에 평등하다면 부(富)를 축적할 목적으로 정보의 비대칭성을 이용해 증시를 ‘도박장’으로 만들기는 힘들다. 오히려 올 하반기 이후 위안화 국제화 과제 성과가 속속 나타나면서 국제금융시장에서 신뢰가 높아지는 것이 주가 급등의 주요인이다.
금융위기 이후 중국에 대한 인식이 악화됐다. 특히 재테크 시장에서 심하다. 중국 관련 금융상품 수익률이 급락했기 때문이다. 이제부터는 인식을 새롭게 해야 한다.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처럼 중국에서 나타나는 새로운 변화를 잘 읽어 돈을 번 사람이 많다. 앞으로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이 사회주의 국가라는 점은 유념해야 한다.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