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적극적 증여세 부과' 잇단 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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高法 "주식 양도차익 크다고 무조건 증여로 보는 것은 잘못"
"특수 관계자 없는 거래…
"30억대 수익 영화제작자에 세금 15억 돌려줘라" 판결
"특수 관계자 없는 거래…
"30억대 수익 영화제작자에 세금 15억 돌려줘라" 판결
유명 영화 제작자가 영화회사에 투자해 얻은 시세 차익에 대해 국세청이 거액의 증여세를 부과한 것은 부당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주식 매각을 통해 얻는 수익이 크다고 해서 이를 무조건 증여로 보고 세금을 매겨서는 안 된다는 취지다.
서울고법 행정8부(부장판사 장석조)는 영화 제작자 김형준씨가 영등포세무서장을 상대로 낸 증여세부과처분취소 소송에서 “국세청은 김씨에게 낸 증여세 14억5000만원을 돌려주라”며 최근 원고 승소 판결했다.
영화 ‘실미도’ ‘왕의 남자’ 등의 제작자로 참여했던 김씨는 2006년 2월 영화 제작·배급 업체인 다인필름의 유상증자 과정에서 14만주(전체 대비 28.17%)를 주당 5000원에 취득해 최대주주가 됐다. 김씨는 그 해 3월14일 다인필름 주식을 당시 코스닥 상장사였던 가드텍에 주당 2만7500원(총 38억5000만원)에 전량 매각해 31억5000만원의 시세 차익을 거뒀다.
그러자 국세청은 “가드텍이 다인필름의 적정 주당 주식 시가(8488원)보다 지나치게 높은 가격에 주식을 사들여 사실상 김씨에게 재산을 증여한 것”이라며 14억5000만원의 증여세를 부과했다. 김씨는 이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했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35조 2항은 정당한 사유 없이 시가보다 현저히 높은 가액으로 재산을 양도한 경우 그 차액에 해당하는 금액을 증여한 것으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다. 앞서 1심은 과세가 정당하다고 보고 원고 패소 판결했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이 조항의 입법 취지는 거래 상대방의 이익을 위해 비정상적 방법으로 이익을 사실상 무상으로 이전하는 경우 거래 상대방이 얻은 이익에 대해 증여세를 과세해 변칙적인 증여 행위에 대처하려는 것”이라며 “특수 관계가 없는 자 사이의 거래에서는 대가와 시가 사이에 차이가 있다는 사정만으로 그 차액을 증여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전제했다.
이어 △가드텍이 김씨에게 이익을 나눠줄 특별한 사정이 없는 점 △‘실미도’ 등 다수의 흥행 영화를 제작한 김씨가 이 회사(다인필름)를 통해 새 영화를 준비해 기대 이익이 있었던 점 △회계법인 실사 당시 주가가 주당 3만3000원대까지 평가됐던 점 △가드텍이 이 회사 인수 이후 주가가 두 배 이상 상승했던 점 등을 들어 주식 가격이 비정상적으로 매겨진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당사자들이 거래 가격을 객관적 교환가치가 적절히 반영된 정상적 가격으로 믿을 만한 합리적인 사유가 있었다”며 “과세처분이 적법하기 위해서는 거래 관행상 정당한 사유가 없다는 점도 과세관청이 증명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판결은 ‘증여세 완전 포괄주의’를 내세우고 주식 거래 과정에서 얻은 시세 차익에 대해 적극적으로 과세해 증여세를 부과해 오던 국세청의 움직임에 법원이 또다시 제동을 건 것으로 풀이된다. 법원은 지난 7월 상장사 임원이 자사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액면가로 구입해 주식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본 이익이 크다는 이유만으로 증여세를 부과할 수 없다고 판결한 바 있다.
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
서울고법 행정8부(부장판사 장석조)는 영화 제작자 김형준씨가 영등포세무서장을 상대로 낸 증여세부과처분취소 소송에서 “국세청은 김씨에게 낸 증여세 14억5000만원을 돌려주라”며 최근 원고 승소 판결했다.
영화 ‘실미도’ ‘왕의 남자’ 등의 제작자로 참여했던 김씨는 2006년 2월 영화 제작·배급 업체인 다인필름의 유상증자 과정에서 14만주(전체 대비 28.17%)를 주당 5000원에 취득해 최대주주가 됐다. 김씨는 그 해 3월14일 다인필름 주식을 당시 코스닥 상장사였던 가드텍에 주당 2만7500원(총 38억5000만원)에 전량 매각해 31억5000만원의 시세 차익을 거뒀다.
그러자 국세청은 “가드텍이 다인필름의 적정 주당 주식 시가(8488원)보다 지나치게 높은 가격에 주식을 사들여 사실상 김씨에게 재산을 증여한 것”이라며 14억5000만원의 증여세를 부과했다. 김씨는 이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했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35조 2항은 정당한 사유 없이 시가보다 현저히 높은 가액으로 재산을 양도한 경우 그 차액에 해당하는 금액을 증여한 것으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다. 앞서 1심은 과세가 정당하다고 보고 원고 패소 판결했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이 조항의 입법 취지는 거래 상대방의 이익을 위해 비정상적 방법으로 이익을 사실상 무상으로 이전하는 경우 거래 상대방이 얻은 이익에 대해 증여세를 과세해 변칙적인 증여 행위에 대처하려는 것”이라며 “특수 관계가 없는 자 사이의 거래에서는 대가와 시가 사이에 차이가 있다는 사정만으로 그 차액을 증여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전제했다.
이어 △가드텍이 김씨에게 이익을 나눠줄 특별한 사정이 없는 점 △‘실미도’ 등 다수의 흥행 영화를 제작한 김씨가 이 회사(다인필름)를 통해 새 영화를 준비해 기대 이익이 있었던 점 △회계법인 실사 당시 주가가 주당 3만3000원대까지 평가됐던 점 △가드텍이 이 회사 인수 이후 주가가 두 배 이상 상승했던 점 등을 들어 주식 가격이 비정상적으로 매겨진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당사자들이 거래 가격을 객관적 교환가치가 적절히 반영된 정상적 가격으로 믿을 만한 합리적인 사유가 있었다”며 “과세처분이 적법하기 위해서는 거래 관행상 정당한 사유가 없다는 점도 과세관청이 증명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판결은 ‘증여세 완전 포괄주의’를 내세우고 주식 거래 과정에서 얻은 시세 차익에 대해 적극적으로 과세해 증여세를 부과해 오던 국세청의 움직임에 법원이 또다시 제동을 건 것으로 풀이된다. 법원은 지난 7월 상장사 임원이 자사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액면가로 구입해 주식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본 이익이 크다는 이유만으로 증여세를 부과할 수 없다고 판결한 바 있다.
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