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세계 최초 20나노미터(나노) D램(사진) 개발 및 상용화를 이끈 주역 3인방이 차례로 깜짝 성과보상을 받아 화제다. 최주선 메모리사업부 D램개발실장(51)이 전무에서 부사장으로 직급 승진했고, 남석우 반도체연구소 공정개발담당 전무(48)는 상무에서 전무로 승진한 데 이어 ‘자랑스런 삼성인상’까지 받았다. 김일권 메모리사업부 D램 PA팀 수석(50)도 연구개발(R&D) 분야 최고 전문가 집단인 ‘마스터(master)’로 선임되는 영예를 안았다.

○20나노 기술의 힘

삼성전자는 지난 3월 PC용 D램에 이어 9월엔 모바일 기기용 D램까지 20나노 제품을 양산하며 본격적인 20나노 D램 시대를 열었다. 업계에서 어렵다고 얘기하던 20나노 D램 양산을 세계 최초로 성공하며 기술 격차를 확인했다.

메모리 반도체 사업의 경쟁력은 일반적으로 고집적화 기술에서 나온다. 웨이퍼(반도체 원료인 실리콘 원판) 위의 D램 칩 간격이 줄어들수록 더 많은 칩을 뽑아낼 수 있다. 더 정밀한 기술력을 확보할수록 생산성이 높아지고, 그만큼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

삼성전자 측은 20나노 D램의 생산성은 25나노 D램보다 30%, 30나노 D램보다 100% 높다고 설명했다. 아직 28~30나노 D램 수준인 SK하이닉스, 미국 마이크론 등 경쟁 업체들과의 기술 격차를 크게 벌렸다는 게 업계 평가다.

○동심을 창의력으로

20나노 D램 개발을 이끈 주역 가운데 한 사람이 최주선 실장으로, 그는 지난 4일 임원 인사 때 전무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D램개발실 직원들끼리 최 부사장을 부르는 별명은 ‘피터팬’이다. ‘동심(童心)에서 창의력이 나온다’는 게 그의 지론이기 때문이다. 직원들이 각자의 자리에 매단 비행기 모양의 모빌도 최 부사장이 선물한 것이다. 최 부사장의 자리에도 비행선 모빌과 곰돌이 인형이 놓여 있다.

D램개발실의 한 직원은 “최 부사장이 D램개발실에 창의적인 분위기를 만든 게 수년간 정체됐던 D램 미세공정기술의 장벽을 깨뜨린 핵심 원동력”이라고 말했다.

○소자·공정연구 주역들도 승승장구

김일권 마스터 역시 20나노 D램 양산을 성공시킨 주역으로, 최근 삼성전자가 분야별 최고 연구원들이 연구에만 전념하도록 하기 위해 도입한 고급인력 관리제도인 마스터로 선임됐다.

김 마스터는 일본 도쿄대 전자공학 박사 출신으로, 2004년부터 삼성전자에서 차세대 반도체 소자 개발에 힘써왔다. D램의 미세공정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메모리 반도체의 핵심소자 개발에 기여해 20나노 D램 양산을 가능하게 했다는 평가다.

신소재와 신물질, 신구조 등으로 수차례 실험 끝에 20나노 전용 초미세 공정기술을 개발한 남석우 전무는 겹경사를 누렸다. 임원 인사에서 전무로 승진한 데 이어 지난 5일 회사 발전에 기여한 공적이 큰 임직원에게 수여하는 자랑스런 삼성인상까지 받았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20나노 D램으로 삼성전자 반도체의 경쟁력을 알린 임직원들이 그간의 성과를 인정받아 성과주의 인사원칙의 모범 사례가 됐다”고 말했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