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공항 면세점 중 매출 1위인 인천국제공항 면세점의 핵심 구역을 차지하기 위한 중소·중견기업 간 경쟁이 시작됐다. 정부가 처음으로 인천공항 면세점 일부 구역의 사업권을 중소·중견기업에 주기로 하자 사업권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인천공항은 오는 11일 사업설명회를 시작으로 입찰 절차를 밟아 내년 2월 사업자를 최종 선정할 계획이다.
인천공항 면세점, 하나투어·엔타스·대구그랜드 등 도전장
7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1위 여행사 하나투어는 최근 10여개 중소기업과 인천공항 면세점 입찰을 위한 컨소시엄을 구성했다. 하나투어는 화장품 업체와 패션 업체 등 중소 제조업체와 연합해 인천공항 면세점 입찰에 참여하겠다고 밝혔다.

하나투어는 지난 2월 제주국제공항 면세점 입찰에도 참가하는 등 면세점 사업에 관심을 가져 왔다. 회사 관계자는 “면세점은 여행사업과 큰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분야”라며 “중국인 등 외국인 관광객을 많이 유치할 수 있다는 점을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부각시킬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나투어 컨소시엄에는 중소기업중앙회도 간접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7월부터 인천항 면세점을 운영하고 있는 엔타스듀티프리도 유력한 후보 중 하나다. 엔타스듀티프리의 모기업인 엔타스는 대형 한식당 경복궁과 고구려, 일식당 삿뽀로 등 외식 프랜차이즈를 운영하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인천공항 면세점 입찰 참여를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동화면세점도 입찰 참여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동화면세점은 서울 세종로에 시내 면세점 한 곳을 운영하고 있다. 최근 외국인 관광객이 롯데면세점 본점으로 몰리면서 매출이 줄고 있어 신규 매장이 필요한 상황이다.

대구 그랜드호텔과 한국관광공사도 인천공항 면세점 중소·중견기업 구역 입찰에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랜드호텔은 대구 범어동에서 지난해 10월부터 시내 면세점을 운영하고 있다. 관광공사는 중소·중견기업 요건에 해당되는지가 관건이다. 관광공사 관계자는 “인천공항의 세부 입찰 요건을 검토한 뒤 참여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인천공항 면세점을 12개 권역으로 나눠 이 중 출국장 중앙에 있는 4개를 중소·중견기업에 주기로 했다. 중소·중견기업 권역의 특허업체(사업자) 수는 4개로 정했다. 한 기업이 한 권역만 차지할 수 있다는 의미다.

중소·중견기업 중 어느 곳이 인천공항 면세점의 높은 임대료를 감당할 수 있느냐 하는 점이 변수로 꼽힌다. 현재 인천공항에 들어가 있는 롯데면세점은 연간 3000억원의 임대료를 내고 있다. 인천공항은 중소·중견기업 면세점의 입찰 최저 수용금액을 대기업의 60% 수준으로 낮춰 주기로 했지만, 중소·중견기업에는 여전히 부담스러운 금액이라는 게 업계의 평가다.

대기업에 특허를 줄 8개 권역의 사업자 선정도 중소·중견기업 권역과 함께 진행된다. 정부는 대기업 면세점 사업자로 3개 이상 업체를 선정한다는 방침이다. 기존에 인천공항에서 영업하고 있는 롯데와 신라 외에 신세계면세점,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 현대백화점 등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인천공항은 내년 1월29~30일 입찰 참가서와 제안서를 받고 2월 중순 사업자를 선정할 계획이다. 새로 선정된 사업자는 내년 9월부터 5년간 인천공항 면세점에서 영업을 할 수 있다. 국내 면세점 시장은 2010년 4조5000억원에서 지난해 6조8000억원으로 3년 만에 50% 이상 성장했다. 인천공항 면세점의 지난해 매출은 1조9498억원으로 세계 1위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