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공능력평가 10위 내 건설사들이 내년 공급 물량을 올해보다 40%가량 늘려 잡은 것은 내년에도 분양시장이 활황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해서다. 전세난에 지친 실수요자와 저금리에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투자자들이 청약시장을 찾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신규 택지개발을 중단키로 함에 따라 기존 택지의 희소가치가 높아진 점도 청약시장에 호재란 시각이다. 7000가구에 육박하는 단일단지, 서울 강남권 요지의 재건축아파트 등 수요자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단지도 많아 청약 열기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문가들은 예상한다.

○건설사 2만~3만가구씩 공급

"내년 청약바람 거세져"…대우건설 3만·대림 2만8000가구 공급
올해 2만7529가구(주상복합·오피스텔 포함)를 내놓은 대우건설은 내년에 3만가구가량을 공급할 예정이다. 이 가운데 일반분양분은 1만9000~2만가구 정도다. 이 회사는 1월부터 경남 창원 감계지구에서 ‘창원 감계 푸르지오’(583가구)를 공급하는 등 연중 내내 아파트를 쏟아낼 계획이다. 신상열 대우건설 분양팀장은 “전세난, 신규 아파트 선호현상 등을 감안할 때 내년이 공급의 적기”라고 말했다.

대림산업도 올해(1만2823가구)의 두 배가 넘는 2만8000여가구를 공급할 예정이다. 대림산업은 신탁사업과 자체사업 물량을 대거 내놓는다. 내년 2월 서울 북아현 1-3구역을 시작으로 충남 천안 신부동(3월·1235가구), 경기 용인 수지(3월·1244가구), 인천 서창지구(3월·835가구) 등에서 아파트를 공급한다.

현대건설도 내년 잠정 공급 물량을 올해(9607가구)의 두 배인 2만가구로 잡았다. 서울 왕십리 3구역(3월·839가구), 은평구 응암1구역(3월·933가구) 등 도심 정비사업에서 먼저 분양 포문을 연다. 올해 아파트 공급이 주춤했던 SK건설과 한화건설도 내년에는 5000가구에 가까운 물량을 분양할 계획이다.

내년에는 서울 강남권 알짜 분양 물량이 많다. 개포동 개포주공2, 잠원동 신반포5차·반포한양, 가락동 가락시영, 상일동 고덕주공4 등 강남권 요지의 재건축 단지들이 분양에 들어간다.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 내 오피스텔의 분양도 예정돼 있다. 초대형 단지도 많다. 경기 용인 남사 6800가구(대림산업), 화성 평택 동삭2지구 5700가구(GS건설), 광주 태전지구 4500가구(현대건설) 등이다.

○청약 1순위자 증가 호재

건설사들은 내년에도 신규 분양시장이 부동산 시장을 주도할 것으로 보고 있다. 무엇보다 전세난 속에 새 아파트 선호 현상이 지속되고 있어서다. 홍순범 대우건설 마케팅 상무는 “기존 주택보다 넓고 수납공간이 풍부한 새 아파트에 대한 실수요자의 관심이 여전히 높다”며 “청약 인기 단지에 웃돈(프리미엄)이 붙고 있는 점도 신규 분양시장 전망을 긍정적으로 보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내년 2월부터 수도권 청약 1순위 자격이 가입기간 2년에서 1년으로 완화되는 것도 호재다. 이에 따라 1순위자는 올해 204만명에서 100만명 가까이 늘어난 300만명에 달한 전망이다. 정부가 신도시 개발을 중단하면서 기존 택지의 희소가치도 높아지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지방 청약시장은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한다. 부산 대구 등 지방에서 최근 2~3년간 공급된 아파트 입주가 본격화하고 있어서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