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외환위기 후 최대 '리포커싱'…M&A 큰 場 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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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한화, 화학·방산 '빅 딜'…기업 사업조정 본격화
SK '건설·해운' LG '태양광' 비핵심 사업으로 분류
SK '건설·해운' LG '태양광' 비핵심 사업으로 분류
SK그룹은 지난달 28일 SKC&C의 정보보안 관련 자회사인 인포섹과 아웃소싱 업체인 비젠 간 합병을 결의했다. 이번 합병은 두 회사 간 단순한 시너지 창출 외에 구조 개편의 큰그림 차원에서 진행되는 것이라는 게 SK그룹 설명이다. SK그룹 관계자는 “중소 계열사를 중심으로 합병 작업을 벌여 그룹 구조를 단순화할 계획”이라며 “중소 규모의 계열사를 중심으로 합병 작업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투자은행(IB)업계는 최근 기업들의 이런 움직임을 ‘리포커싱’(refocusing·주력사업 재구축) 작업이 본격화되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사업 다각화’에서 ‘선택과 집중’으로의 회귀를 의미하는 리포커싱은 1980년대 미국 기업 사이에서 크게 유행했다. 포천 500대 기업의 절반 정도가 1981년부터 1987년 사이에 핵심 사업 관련 인수합병(M&A)과 비핵심 사업 정리에 활발하게 나섰다. IB 전문가들은 기업들의 주력사업 재구축 바람을 타고 내년 국내 M&A 분야에 ‘큰 장’이 설 것으로 보고 있다.
160兆 비핵심 사업 재편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10대 그룹 중 ‘비핵심 사업’으로 분류할 수 있는 계열사 자산은 전체 자산(금융 부문 제외) 1009조원의 16% 규모다. 액수로는 163조원에 달한다. 전체 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0% 미만이거나, 기여도가 낮아 ‘기타 사업’으로 분류된 계열사 자산이다.
4대 그룹을 보면 삼성은 중화학 부문, 현대차는 건설과 철도차량, SK는 건설과 해운, LG는 태양광 사업 등을 기타 사업군으로 분류할 수 있다. 일부는 이미 계열사 간 합병 또는 매각을 진행 중이다. 포스코는 에너지 부문, 현대중공업은 상사 부문을 사업경쟁력 강화 또는 정리 대상으로 볼 수 있다. GS와 한진, 한화는 호텔·레저 부문이 비핵심 자산으로 꼽힌다. 대우인터내셔널(포스코그룹)과 파르나스호텔(GS그룹) 등은 이미 잠재적 매물로 거론된다.
IB업계는 대규모 거래의 자문·주관 역할을 놓치지 않기 위해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한 외국계 증권사 임원은 “삼성과 한화의 빅딜 이후 다른 대기업 사이에서도 변하지 않으면 죽는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며 “또 다른 빅딜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쉴 틈 없이 기업들을 접촉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장서는 ‘빅3’
국내 대기업의 계열사 정리 움직임은 실적이 급격히 악화된 2012년부터 시작됐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자산총액 5조원 이상 대기업 1곳당 평균 계열사 수는 2011년 29.1개사를 정점으로 2년 연속 감소했다. 작년 말 기준으로는 26.6개사다. 올 들어 ‘다이어트’에 가장 활발한 곳은 삼성과 현대차다. 11월 말 현재 두 그룹의 계열사 수는 각각 70개와 52개사로 올 들어서만 4곳과 5곳이 사라졌다. 2011년 말까지 10년 동안 계열사 수를 각각 29%와 124% 늘리던 모습과 대조적이다.
강성부 신한금융투자 채권분석팀장은 “삼성그룹의 경우 수익성과 성장성이 낮은 삼성엔지니어링과 삼성중공업, 삼성정밀화학이 추가 매각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재계 3위인 SK도 그룹 지배구조를 단순하게 정리하고 있다. 2011년 말 94개이던 SK 계열사는 현재 84개로 줄었다.
달아오른 M&A 시장
대기업들의 자발적인 사업 재편이 본격화되면서 M&A 시장도 덩달아 달아오르고 있다. 정부도 제조업 구조 개편을 촉진하기 위해 과거 일본의 ‘산업활력법’을 국내에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부실 계열사를 정리하고 사업을 재편하면 취득세 경감, 기업 결합 심사 기간 단축, 기업 결합 시 주주총회 결의 면제 등의 행정 절차 간소화와 세 혜택을 주는 식으로 기업 재편을 활성화한다는 것이 핵심 내용으로 알려졌다. 1999년부터 산업활력법이 시행된 일본에선 최근 12년간 542건의 사업 재편이 이뤄졌다.
강 팀장은 “국내에선 건설, 조선, 해운 등 자본집약 2차산업이 성장성과 수익성 한계에 봉착해 빅딜의 주체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이채호 동부증권 연구원도 “국내 M&A 시장은 내년에 최고의 전성기를 맞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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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호/하헌형 기자 thlee@hankyung.com
투자은행(IB)업계는 최근 기업들의 이런 움직임을 ‘리포커싱’(refocusing·주력사업 재구축) 작업이 본격화되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사업 다각화’에서 ‘선택과 집중’으로의 회귀를 의미하는 리포커싱은 1980년대 미국 기업 사이에서 크게 유행했다. 포천 500대 기업의 절반 정도가 1981년부터 1987년 사이에 핵심 사업 관련 인수합병(M&A)과 비핵심 사업 정리에 활발하게 나섰다. IB 전문가들은 기업들의 주력사업 재구축 바람을 타고 내년 국내 M&A 분야에 ‘큰 장’이 설 것으로 보고 있다.
160兆 비핵심 사업 재편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10대 그룹 중 ‘비핵심 사업’으로 분류할 수 있는 계열사 자산은 전체 자산(금융 부문 제외) 1009조원의 16% 규모다. 액수로는 163조원에 달한다. 전체 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0% 미만이거나, 기여도가 낮아 ‘기타 사업’으로 분류된 계열사 자산이다.
4대 그룹을 보면 삼성은 중화학 부문, 현대차는 건설과 철도차량, SK는 건설과 해운, LG는 태양광 사업 등을 기타 사업군으로 분류할 수 있다. 일부는 이미 계열사 간 합병 또는 매각을 진행 중이다. 포스코는 에너지 부문, 현대중공업은 상사 부문을 사업경쟁력 강화 또는 정리 대상으로 볼 수 있다. GS와 한진, 한화는 호텔·레저 부문이 비핵심 자산으로 꼽힌다. 대우인터내셔널(포스코그룹)과 파르나스호텔(GS그룹) 등은 이미 잠재적 매물로 거론된다.
IB업계는 대규모 거래의 자문·주관 역할을 놓치지 않기 위해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한 외국계 증권사 임원은 “삼성과 한화의 빅딜 이후 다른 대기업 사이에서도 변하지 않으면 죽는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며 “또 다른 빅딜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쉴 틈 없이 기업들을 접촉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장서는 ‘빅3’
국내 대기업의 계열사 정리 움직임은 실적이 급격히 악화된 2012년부터 시작됐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자산총액 5조원 이상 대기업 1곳당 평균 계열사 수는 2011년 29.1개사를 정점으로 2년 연속 감소했다. 작년 말 기준으로는 26.6개사다. 올 들어 ‘다이어트’에 가장 활발한 곳은 삼성과 현대차다. 11월 말 현재 두 그룹의 계열사 수는 각각 70개와 52개사로 올 들어서만 4곳과 5곳이 사라졌다. 2011년 말까지 10년 동안 계열사 수를 각각 29%와 124% 늘리던 모습과 대조적이다.
강성부 신한금융투자 채권분석팀장은 “삼성그룹의 경우 수익성과 성장성이 낮은 삼성엔지니어링과 삼성중공업, 삼성정밀화학이 추가 매각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재계 3위인 SK도 그룹 지배구조를 단순하게 정리하고 있다. 2011년 말 94개이던 SK 계열사는 현재 84개로 줄었다.
달아오른 M&A 시장
대기업들의 자발적인 사업 재편이 본격화되면서 M&A 시장도 덩달아 달아오르고 있다. 정부도 제조업 구조 개편을 촉진하기 위해 과거 일본의 ‘산업활력법’을 국내에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부실 계열사를 정리하고 사업을 재편하면 취득세 경감, 기업 결합 심사 기간 단축, 기업 결합 시 주주총회 결의 면제 등의 행정 절차 간소화와 세 혜택을 주는 식으로 기업 재편을 활성화한다는 것이 핵심 내용으로 알려졌다. 1999년부터 산업활력법이 시행된 일본에선 최근 12년간 542건의 사업 재편이 이뤄졌다.
강 팀장은 “국내에선 건설, 조선, 해운 등 자본집약 2차산업이 성장성과 수익성 한계에 봉착해 빅딜의 주체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이채호 동부증권 연구원도 “국내 M&A 시장은 내년에 최고의 전성기를 맞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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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호/하헌형 기자 t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