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식 소셜펀드 인기 폭발…개미들 올해 500억원 '베팅'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인 알리바바가 올 들어 중국식 소셜펀드를 내놓아 문화콘텐츠업계에 투자 혁명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지난 4월부터 누구나 100위안(약 1만8000원) 이상을 영화나 게임, 방송프로그램에 투자하면 1년 뒤 원금과 함께 7%의 예상 수익금을 돌려준다는 문화콘텐츠 투자금융 서비스 ‘위러바오(娛樂寶)’를 내놓아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것. 대부분 기부 개념으로 수익금을 돌려주지 않는 국내 문화계의 소셜펀드와는 다른 형태다.

지난 4월3일 선보인 1차 위러바오 투자 프로젝트 공모에서 총 22만3800명이 영화 3편, 게임 1편에 7300만위안(약 132억원)을 투자했다. 이 투자자들은 내년 4월1일 원금에다 예상 수익률 7%를 보태 돌려받는다. 영화가 흥행에 실패할 경우 이론적으로는 원금 회수가 불가능할 수 있지만 엄격한 투자심사를 거쳤기 때문에 손실 위험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안내문도 받았다.

한류스타 비(정지훈)가 출연하는 ‘루수이훙옌(露水紅顔)’ 등 영화 5편을 대상으로 지난 6월 시행한 2차 투자 프로젝트에선 9200만위안(약 166억원)이 몰렸다. 지난 9월 3차 프로젝트(상하이 동방위성TV 프로그램 ‘중국 아이돌’ 투자)에서도 공모 금액이 총 1억위안(약 180억원)에 달했다. 경쟁률이 높아 투자 희망자들이 참여 기회를 얻지 못하고 다음 프로젝트를 기다리고 있다. 알리바바는 오는 11일 4차 투자를 계획 중이다.

위러바오의 인기가 이처럼 높은 이유는 평균 연 3% 선인 중국 내 은행 금리보다 훨씬 높은 고금리 투자상품이라는 점 덕분이다. 수익금 외에 영화 촬영 현장 탐방, 주인공 사인, 시사회 초청 등 다양한 특전도 투자자의 관심을 끈다. 제작사로선 자금을 모으는 단계부터 영화를 홍보할 수 있다. 최소한 투자자들과 주변 사람들이 해당 작품을 관람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알리바바로서는 가입 고객을 늘려 잠재 고객을 발굴하는 데 유용하다.

이 같은 상품이 등장할 수 있는 배경으로는 중국 문화콘텐츠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을 들 수 있다. 중국 영화시장은 연평균 30%, 방송시장은 12%, 모바일 게임시장은 100%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제작 중인 영화 ‘울프 토템’에 투자한 아오보(20·대학생)는 “수익률보다도 재미가 있어 투자했다”며 “중국 대학생 90%는 모바일 상거래를 하고 있어 이 같은 서비스는 인기가 갈수록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위러바오는 18세 이상 중국인만 투자할 수 있으며 투자자 이름의 중국 체크카드와 알리바바의 결제 시스템인 알리페이 아이디가 있으면 참여할 수 있다. 중국 소셜펀딩은 그러나 지나친 낙관을 바탕으로 손실 규정을 명확히 투자자들에게 알려주지 않고 있는 것이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중국 정부는 최근 관련 규약이나 규칙 등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유재혁 대중문화 전문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