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3월25, 26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LA필하모닉과 함께 공연할 지휘자 구스타보 두다멜.
내년 3월25, 26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LA필하모닉과 함께 공연할 지휘자 구스타보 두다멜.
지난 8월15일부터 9월14일까지 한 달 동안 스위스 루체른에서 세계적 클래식 축제 ‘루체른 페스티벌’이 열렸다. 사이먼 래틀, 베르나르트 하이팅크, 앨런 길버트, 마리스 얀손스, 대니얼 바렌보임 등 현존하는 최고의 지휘자들이 총출동한 이 축제에서 마지막 공연(9월12~14일)을 장식한 사람은 베네수엘라 출신의 젊은 지휘자 구스타보 두다멜(33·사진)이었다. 두다멜은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객원 지휘자 자격으로 사흘 동안 모차르트부터 베토벤, 드보르자크, 무소르그스키까지 다양한 레퍼토리를 선보여 호평받았다.

‘차세대 지휘자’를 논할 때 첫손가락으로 꼽히는 두다멜이 내년 3월25~26일 한국을 찾는다. 2009년부터 상임지휘자를 맡고 있는 미국 서부의 대표 오케스트라 로스앤젤레스(LA) 필하모닉과 함께다. 두다멜이 LA필하모닉과 내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LA필하모닉은 1919년 창단된 이후 오토 클렘페러, 주빈 메타, 카를로 마리아 줄리니, 앙드레 프레빈 등 세계적 지휘자가 거쳐 갔다. 클래식은 물론 재즈, 월드뮤직, 팝까지 폭넓은 음악을 선보이고 있다.

두다멜은 8일 이메일 인터뷰를 통해 “LA필하모닉은 새롭고 다양한 레퍼토리를 읽고 해석하고 표현하는 능력이 대단하다”며 “뛰어난 능력으로 음악을 받아들이고 개성적인 해석과 소리를 더할 줄 아는 색깔이 뚜렷한 오케스트라”라고 평가했다.

그가 이번에 선보일 곡은 말러의 교향곡 6번 ‘비극적’(3월25일)과 LA필하모닉 상임작곡가인 존 아담스의 ‘시티 누아르’, 드보르자크의 교향곡 9번 ‘신세계로부터’(3월26일) 등이다.

“‘시티 누아르’와 ‘신세계로부터’는 미국을 상징합니다. 말러 6번은 우울하고 비극적이기도 하지만 이면에선 활기차고 축제 같은 분위기도 느낄 수 있죠. 복잡하고 어려운 곡이지만 사람들에게 들려주기에 멋진 곡입니다. 비극에 대한 자신만의 생각을 떠올리게 하기 때문입니다. 이 곡을 연주해보니 흥미롭게도 사람들은 음악에 압도될 때 행복해하더군요. 제가 LA필하모닉과 함께한 여정을 관객에게 보여줄 것입니다.”

2004년 독일 말러 지휘콩쿠르에서 우승하며 스타로 떠오른 두다멜은 베네수엘라 빈민가 출신이다. 이 나라의 저소득층 예술 교육 프로그램 ‘엘 시스테마’를 통해 클래식 음악을 접했다. 그는 지금도 베네수엘라의 시몬 볼리바르 유스 오케스트라 음악감독을 겸임하고 있다.

“저는 ‘엘 시스테마’란 멋진 시스템 속에서 성장했습니다. 음악을 사회 변화를 위한 기본 요소로 사용하는 것이죠. ‘엘 시스테마’는 사회로부터 배제됐다고 느낀 사람들에게 예술이라는 영예로운 자리를 마련해줬어요. LA필하모닉에 와서도 LA 유스 오케스트라(YOLA)를 만들었어요. 최근에 세 번째 YOLA가 만들어졌습니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 음악가를 꿈꾸는 한국 청소년들에게 “항상 꿈을 위해 살고, 강하게 커 나가되 자신을 몰아붙일 필요는 없다”며 “사랑을 갖고 하면 성공할 가능성은 커질 것”이라고 조언했다. 내년 3월25·26일 오후 8시,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5만~34만원. (02)6303-1977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