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박물관의 기획특별전 ‘로마제국의 도시문화와 폼페이’에 전시된 조형물. 연합뉴스
국립중앙박물관의 기획특별전 ‘로마제국의 도시문화와 폼페이’에 전시된 조형물. 연합뉴스
서기 79년 8월24일, 이탈리아 남부 나폴리 연안 도시 폼페이가 화산재에 묻혔다. 로마 귀족과 상류층의 별장이 모인 이 도시의 베수비어스 화산이 폭발하면서 이틀 만에 1000여명이 목숨을 잃었다. 1500년에 가까운 세월 동안 베일에 가려 있던 폼페이는 1550년 이탈리아 건축가 도메니코 폰타나가 공사 도중 로마 시대의 생활 도구를 발견한 뒤 지금까지 발굴 조사와 연구가 진행 중이다.

이런 폼페이의 흔적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기획특별전 ‘로마제국의 도시문화와 폼페이’가 9일부터 서울 용산동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다. 이번 특별전에는 폼페이에서 출토된 조각품, 장신구, 벽화 등 298건의 유물이 전시된다. 화산 분출물 덕분에 당시 도시 원형이 거의 완전하게 보존된 폼페이는 수백년 동안의 발굴 조사를 거쳐 1997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됐다.

관람객의 눈을 사로잡을 만한 유물은 폼페이 상류층의 집안 모습이다. 이들은 꽃과 나무, 새들을 세밀하게 그린 프레스코 벽화로 집안을 장식했다. 도시 곳곳에 세워진 신들의 조각상, 먹잇감을 잡는 동물의 조각상 등은 활기찼던 고대 도시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상점에서 팔던 빵과 와인을 담은 항아리, 정확한 계량을 위한 저울 등의 유물은 이 도시가 활발한 경제 활동을 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옆 전시실로 이동하면 화산 폭발 후의 참혹한 흔적이 펼쳐진다. 전시된 캐스트(시신을 둘러싼 화산석에 석고를 부어 희생자의 모습을 뜬 것)들을 보면 화산 가스와 화산재가 도시를 삼킬 때의 마지막 모습이 떠오른다. 쪼그린 채 입과 코를 막고 최후를 맞이한 남자, 옷으로 얼굴을 감싸고 쓰러져 숨진 여인, 도망치지 못하고 몸을 비틀며 죽은 개의 모습은 사람들을 숙연하게 한다.

구문경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사는 “현재 폼페이 유적은 보존 문제로 많은 유물을 직접 볼 수 있는 기회가 드물다”며 “당시 살았던 사람들의 모습 전체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이번 전시를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전시는 내년 4월5일(매주 월요일, 1월1일 휴관)까지 열린다. 관람료는 성인 1만3000원, 대학생·청소년은 1만1000원이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