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경영학회와 한국경제신문이 올해 강소기업으로 선정한 부산 동신유압의 김병구 사장 이 학장동 본사에서 주력 제품인 사출성형기의 개발 방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부산=김태현 기자 hyun@hankyung.com
대한경영학회와 한국경제신문이 올해 강소기업으로 선정한 부산 동신유압의 김병구 사장 이 학장동 본사에서 주력 제품인 사출성형기의 개발 방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부산=김태현 기자 hyun@hankyung.com
사출성형기 제조업체인 동신유압의 김병구 사장은 2008년을 잊지 못한다. 중국산 저가 공세에 밀려 연 매출이 반 토막 난 때다. 하는 수 없이 그해 말 전체 직원의 40%가량인 100여명을 희망퇴직으로 내보내야 했다. 회사 문을 닫을 위기에 놓이자 임직원들 사이에선 “우리도 경쟁사처럼 값싼 중국산 부품을 떼다 사출성형기를 조립만 해서 팔자”는 얘기가 나왔다. “사출성형기 외에 다른 사업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도 주장도 제기됐다.

동신유압, 사출성형기 47년 외길…中 공세 극복
하지만 김 사장은 흔들리지 않았다. 1967년 설립 이후 47년간 사출성형기를 만든 ‘한우물 경영’만이 중소기업의 유일한 생존 방안이라고 판단해서다. 김 사장은 “예고 없이 불행이 닥치더라도 준비하고 노력하는 자에게 반드시 행운이 찾아온다고 믿었는데 기적처럼 그 말이 맞아 떨어졌다”고 회상했다.

기적은 2010년에 일어났다. 이 회사는 당시 베트남에 공장을 짓던 삼성전자로부터 대량 주문을 받았다. 삼성 스마트폰과 가전제품에 들어갈 까다로운 금형을 제작하는 데 동신유압의 사출성형기가 안성맞춤이었던 것이다. 이후 중국산 사출성형기를 사던 회사들이 다시 동신유압 제품을 찾기 시작했다.

실적은 급격하게 회복됐다. 2009년 269억원이던 매출은 지난해 595억원으로 늘었고 영업적자도 35억원 흑자로 바뀌었다. 회사 분위기가 좋아지자 사출성형기 시장의 10위권 안팎인 순위를 4위권으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도 세웠다.

동신유압이 살아난 배경에는 김 사장의 ‘인재 경영’이 자리잡고 있다. 이 회사는 직원 157명 중 20%가 넘는 30여명을 연구개발(R&D) 인력으로 채웠다. 작은 기업이지만 사내에 도서관도 만들고 자체 교육기관인 ‘동신아카데미’도 운영하고 있다.

사장이 사람 투자를 아끼지 않자 직원들은 주인의식으로 보답하고 있다. 이 회사의 직원 평균 근속연수는 25년이다. 그렇다고 젊은 직원이 부족한 것도 아니다. 최근 3년간 부산·경남 지역의 대학 졸업생과 특성화고 출신 60여명이 새 식구가 됐다.

김 사장은 “중소기업에서 대기업으로 옮기는 직원이 많은 일부 중소기업은 ‘쓸 만한 사람이 없다’고 하지만 직원들에게 동기를 부여하면 중소기업에도 인재가 넘쳐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 사장은 직원들이 떠나지 않는 회사를 만들기 위해 2011년 부친인 김지 회장에 이어 대표이사로 취임한 뒤 신나는 일터 만들기에 주력해왔다. ‘4관 3려’로 이름 붙인 그만의 경영방침으로 직원들과 교류 폭을 넓혔다. 4관은 관심과 관찰, 관점 및 관계를 뜻하며 3려는 독려와 격려, 배려를 의미한다.

‘3대 거리 경영’도 그가 만든 소통 경영 지침이다. 직원들에게 ‘즐길 거리’와 ‘웃을 거리’ ‘희망 거리’를 많이 만들어 주자는 취지다. 이를 위해 매달 행운권을 추첨해 직원들에게 선물을 나눠주고 이익 중 3분의 1은 반드시 직원 성과급으로 돌려주고 있다.

윤동열 울산대 경영학부 교수는 “한우물 정신과 장인 정신으로 똘똘 뭉치면 한국의 중소기업도 100년 기업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동신유압이 잘 보여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