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습관
은행장이 된 지 어느덧 1년이 다 돼 간다. 이러저러한 이유로 사람들과의 만남이 많아지면서 좋든 싫든간에 내 사생활까지 조금씩 알려지게 되었다. 그중에 ‘새벽 세 시 반에 일어나는 습관’이 몇몇 신문에 언급되면서 그것이 마치 대단한 일이라도 되는 양 회자되는 것 같아 쑥스럽다. 사실 은행장 취임 후 얼마간은 바쁘다는 이유로 휴대폰 전화나 메시지를 즉시 회신하지 못하고 여유가 될 때 한꺼번에 답하곤 했다. 그러던 중 모 신문 기자에게 답신 메시지를 새벽에 보냈더니 그가 내 기상 습관을 화제로 삼으면서 일파만파가 되고 말았다. 때문에 요즘은 어쩌다 늦잠을 좀 자고 싶어도 밖에서 누가 지켜보는 것 같아 게으름도 못 피운다.

어쨌든 일찍 일어나는 습관이 나의 삶을 풍요롭게 해주는 유용한 것임에는 분명하다. 새벽에는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는 나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 그 시간을 통해 하루 계획을 세우고, 독서를 하며, 운동도 할 수 있으니 그야말로 심신에 이로운 습관이 아닌가 한다.

습관이 생기는 이유를 과학자들은 뇌의 ‘절약 본능’으로 설명한다. 우리의 뇌는 활동을 절약하고자 하기 때문에 반복된 상황에서는 굳이 힘들여 의사를 결정하기보다 기존의 반복 행동을 선택한다고 한다. 실제로 우리 행동의 약 40%는 의사 결정이 아닌 습관에 의해 이뤄진다고 하니 습관이 우리 삶에 끼치는 영향은 지대하다. 서점에 가면 성공하는 습관, 이기는 습관 등 습관을 주제로 한 자기계발서가 즐비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은 듯하다.

최근에는 습관을 기업 차원에서도 중요하게 다루고 있다. 요즘 급부상하고 있는 빅데이터 분석이란 것도 쉽게 말하면 매출을 올리기 위해 고객의 습관을 분석하는 것이다. 기업이 역량 강화를 위해 조직 문화 구축에 힘쓰는 것도 결국 조직 차원의 좋은 습관을 갖고자 함이다.

유교 경전인 서경(書經)에 ‘습여성성(習與性成)’이라는 말이 있다. 습관이 오래되면 마침내 그 사람의 천성이 된다는 뜻이다. 먹고 자는 시간을 지키면 건강에 이롭고, 사용한 도구를 제자리에 두면 일의 능률이 오른다. 잘 웃으면 마음이 즐겁고, 남의 말을 경청하면 타인의 호감을 얻는다. 이런 일상들이 쌓여 몸에 밴 좋은 습관은 우리의 천성이 되고, 그 천성은 행복의 밑거름이 될 것이다. 우리 모두 행복한 삶을 위한 촉매제로 자신에게 맞는 좋은 습관 하나씩을 만들어 보는 것은 어떨까.

김주하 < 농협은행장 jhjudang@nonghyu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