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규제에 막힌 신기술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구글이 무인자동차를 들고 나왔지만 한국에서는 개발 자체가 불가능한 지경이다. 현행 도로교통법상 무인자동차는 일반도로 주행이 금지돼 있어서 시험운전조차 할 수 없다. 특정 지역에서 한정된 기간에 하는 것조차 불가능하다. 의료기기 연계 스마트폰, 무인항공기 등도 그렇다. 왜 이한구 특별법이 나올 수밖에 없는지 이해가 가고도 남는다.
하지만 이 특별법이 제정돼도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이번 특별법은 시범사업 심의위원회(가칭)가 사업 타당성을 인정하면 중앙행정기관의 승인으로 신기술 시범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하자는 내용이다. 다른 법률에 정한 기준, 규격, 요건 등이 적합하지 않거나 법령상 근거가 불명확한 경우에도 특례를 적용해 사업을 시행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도 포함됐다. 문제는 특정된 신기술만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는 역설이 나타날 위험성이 있다는 점이다. 모든 신기술이 특별법 대상이 되는 게 아닌 ‘포지티브 방식’을 벗어나기 어렵다는 얘기다. 결국 특별법 적용대상 신기술 리스트에 들어가느냐 마느냐를 놓고 다시 온갖 이전투구나 논란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비슷한 목적의 산업융합촉진법을 만들었지만 별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미래창조과학부의 ICT특별법도 마찬가지였다. 개별법상 규제들을 놔두고서는 특별법이 아니라 그 이상의 법을 만들어도 한계가 있음을 보여준다. 더구나 신기술 시범사업은 본사업으로 이어져야 비로소 의미가 있다. 그런 점에서도 넝쿨처럼 얽힌 개별법상 규제들을 과감히 들어내는 게 근본 해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