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들의 감사 공포증이 기업 투자를 가로막고 있다는 게 어제 한경 보도다. 공무원들이 감사원으로부터 감사받을 것을 꺼려, 관련 법과 조례에 따라 얼마든지 재량권을 갖고 내줄 수 있는 인허가까지 질질 끌거나 아예 불허한다는 것이다. 관련 규정을 부정적으로 유권해석하고, 근거에도 없는 서류를 요구 하는 등 보신행정의 유형도 다양하다고 한다. 이 바람에 이유도 없이 장기간 발이 묶여 있는 피해 사례들이 한둘이 아니다.

감사원의 정책감사가 공직사회의 복지부동을 부르고, 이것이 다시 그림자 규제를 고착화시키는 악순환이 된다. 공무원이 적극적인 유권해석을 통해 인허가를 내주면 특혜를 줬다는 식이 된다면 규제완화나 탄력적인 조장행정은 불가능하다. 심지어 감사 결과 잘못이 없는 것으로 드러나도 조직 내에서 한직으로 밀려나는 실정이다. 공무원들 스스로 어떻게든 꼬투리를 잡아 인허가를 최대한 늦추거나 아예 안 내주는 게 상책이라고 털어놓을 정도다.

기업들은 ‘지자체가 재량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는 규정은 십중팔구 안되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대통령이 면책까지 언급하면서 적극적인 행정을 강조하고 단두대까지 언급하는데도 규제가 풀리지 않는 것은 다 이 때문이다. 그렇지 않아도 정치감사, 코드감사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터다. 이런 행태는 김영삼 정부가 정책감사를 정치적 도구로 이용했던 때부터 시작됐다. 이번 정부 들어서도 국책사업인 4대강 감사를 세 차례나 했던 감사원이다.

더욱이 이명박 정부 말기에는 대학과 금융회사까지 감사를 받았다. 감사원은 국고가 들어간 곳은 감사의 대상이 된다고 관련법규를 무리하게 확대해석하고 있다. 감사원의 권한 투쟁이요 낙하산 투쟁이며 인정투쟁으로 비칠 지경이다.

물론 공무원의 자의적인 재량행정 확대에 문제가 없지는 않다. 그러나 정책감사는 대부분 재량권 자체를 부정하고 규제개혁 의지를 꺾어놓는 힘으로 작용할 뿐이다. 더구나 정치 바람이 점점 심해지는 중이다. 폐해가 너무 크다. 미국 등 선진국 감사원이 정책감사에서 손 떼고 회계감사에 특화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