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정년(停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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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설 논설위원 yskwon@hankyung.com
정년 연장이 또 추진되는 모양이다. 새누리당이 앞장서고 인사혁신처가 구체안을 마련 중이다. 임금피크제 도입을 전제로 현재 60세인 공무원 정년을 65세로 연장하겠다는 게 골자다. 근로자 정년이 60세로 연장된다는 소식을 들은 지 얼마되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65세다!
그동안 권고 사항이던 근로자 정년 60세를 의무화하는 내용으로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 고용촉진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것이 지난 4월이다. 개정법에 따라 2016년부터 단계적으로 시행하게 돼 있는데, 시작도 하기 전에 또 65세 얘기가 나온 것이다. 여당의 속내는 뻔하다. 공무원연금개혁안에 대한 양보를 얻어내기 위해 공무원들에게 당근으로 주는 것이다. 공공기관 민간기업도 덩달아 정년 연장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자연감소 인원이 적어지는 만큼 신규 취업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아버지가 오래 근무하게 되면서 자식이 들어갈 직장이 사라지는 꼴이다. 정년제도는 애초에 젊은 사람들의 취업을 위해 고안된 것이었다.
정년제의 출발은 비스마르크 치하의 독일에서였다. 보불전쟁에 승리한 비스마르크는 승리의 비결이기도 했던 징병제의 후유증을 걱정하고 있었다. 시골에서 징집된 병사들이 점령지인 프랑스에서 민주주의와 화려한 도시문화를 보고는 고향으로 내려가질 않는 것이다. 일없는 사람이 100만명이 넘었다. 이들을 취업시키는 대신 65세 이상의 ‘할아버지’들을 집에 돌려보내기 위해 도입한 제도가 바로 정년퇴직제다. 대신에 퇴직하는 사람들에겐 국민연금을 주겠노라고 약속한 것이 비스마르크 복지의 출발이었다. 1889년의 일이다.
그러니까 정년이란 넘쳐나는 청년 실업자들에게 일자리를 만들어주기 위한 사회보장제도였던 것이다. 그런데 125년이 지난 지금 한국에서는 연금수령일을 눈앞에 둔 고령 근로자 정년을 연장시켜주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정년이 긴 나라일수록 청년 실업률이 높다. 그렇지 않아도 청년 취업률이 40%밖에 안되는 현실에서 고용시장에 또 메가톤급 태풍이 부는 형세다. 이렇게 제도는 누더기가 되고 피해자는 더욱 늘어만 간다.
이번 기회에 차라리 정년을 없애는 방법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일한 만큼 받는 생산성 연동 임금제, 더 이상의 임금인상 없이 계속 일하는 임금피크제 등이 도입되면 나이로 정년을 정하는 제도는 의미가 없어진다. 기득권에 영합하려는 정치세력이 있는 한 악순환은 계속될 뿐이다.
권영설 논설위원 yskwon@hankyung.com
그동안 권고 사항이던 근로자 정년 60세를 의무화하는 내용으로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 고용촉진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것이 지난 4월이다. 개정법에 따라 2016년부터 단계적으로 시행하게 돼 있는데, 시작도 하기 전에 또 65세 얘기가 나온 것이다. 여당의 속내는 뻔하다. 공무원연금개혁안에 대한 양보를 얻어내기 위해 공무원들에게 당근으로 주는 것이다. 공공기관 민간기업도 덩달아 정년 연장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자연감소 인원이 적어지는 만큼 신규 취업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아버지가 오래 근무하게 되면서 자식이 들어갈 직장이 사라지는 꼴이다. 정년제도는 애초에 젊은 사람들의 취업을 위해 고안된 것이었다.
정년제의 출발은 비스마르크 치하의 독일에서였다. 보불전쟁에 승리한 비스마르크는 승리의 비결이기도 했던 징병제의 후유증을 걱정하고 있었다. 시골에서 징집된 병사들이 점령지인 프랑스에서 민주주의와 화려한 도시문화를 보고는 고향으로 내려가질 않는 것이다. 일없는 사람이 100만명이 넘었다. 이들을 취업시키는 대신 65세 이상의 ‘할아버지’들을 집에 돌려보내기 위해 도입한 제도가 바로 정년퇴직제다. 대신에 퇴직하는 사람들에겐 국민연금을 주겠노라고 약속한 것이 비스마르크 복지의 출발이었다. 1889년의 일이다.
그러니까 정년이란 넘쳐나는 청년 실업자들에게 일자리를 만들어주기 위한 사회보장제도였던 것이다. 그런데 125년이 지난 지금 한국에서는 연금수령일을 눈앞에 둔 고령 근로자 정년을 연장시켜주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정년이 긴 나라일수록 청년 실업률이 높다. 그렇지 않아도 청년 취업률이 40%밖에 안되는 현실에서 고용시장에 또 메가톤급 태풍이 부는 형세다. 이렇게 제도는 누더기가 되고 피해자는 더욱 늘어만 간다.
이번 기회에 차라리 정년을 없애는 방법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일한 만큼 받는 생산성 연동 임금제, 더 이상의 임금인상 없이 계속 일하는 임금피크제 등이 도입되면 나이로 정년을 정하는 제도는 의미가 없어진다. 기득권에 영합하려는 정치세력이 있는 한 악순환은 계속될 뿐이다.
권영설 논설위원 yskw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