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금융 논란 끝에 낙점된 이광구 우리은행장 내정자의 임기가 2년으로 제한될 것이라고 한다. 통상 3년인 임기를 반납한 채 시작하는 셈이다. 조만간 우리은행 이사회에서 이 내정자의 임기를 이달 31일부터 2016년 말까지 만 2년으로 정할 예정이라고 한다. 2년 안에 우리은행 민영화를 마치겠다는 금융당국의 의지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우리은행은 정부지분이 57%인 국영은행이다. 정부가 대주주로서 행장과 임기를 정할 수는 있다. 하지만 1만5000여 임직원과 1900여만명의 고객을 거느린 은행이면 무엇이든 그것에 합당한 논리적 설명이 있어야 한다. 낙점 과정이 시끄러웠어도 한번 정했으면 최선을 다하도록 제대로 된 임기를 보장해주는 게 맞다. 2년 뒤 나갈 행장이라면 리더십은커녕 조직장악부터 차질을 빚을 공산이 크다. 임기 2년짜리 경영진이 미래를 위한 중장기 플랜을 짤 수도 없다. 되레 조급하게 결정하다 화만 자초할 수도 있다. 국유은행 경영자로서 책임에 충실하지 못하면 결국 국민의 손실로 귀결된다.

민영화 완료와 행장 임기를 연계하는 게 타당한지도 의문이다. 이순우 현 행장도 민영화 일정에 맞춰 임기를 1년7개월로 짧게 잡았다지만, 이미 2년3개월간 행장을 거쳐 우리금융 회장을 겸직할 때 새로 정한 임기다. 이번 경우와는 전혀 다르다. 혹여 정치금융 비난여론을 의식해 행장 임기를 줄이는 것이라면 그야말로 수준 낮은 관치다. 또한 이 내정자가 행추위 면접에서 스스로 임기를 민영화 시점까지라고 언급한 것도 부적절하다. 정부가 정할 일이지 행장 후보가 언급할 일은 아니다. 억지춘향 노릇이라는 것이 뻔히 보인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이 직을 걸겠다던 네 번째 민영화도 이미 실패한 마당이다. 못 파는 것인지, 안 파는 것인지 모르겠다. 매각 방식을 획기적으로 바꾸지 않는 한 앞으로도 성공 가능성이 없다. 이 판에 행장임기를 민영화에 연계하는 것은 속이 보이는 레토릭이다. 하루를 하더라도 영원히 할 것처럼 경영하는 것이 CEO 덕목이다. KB에 이어 우리은행도 뒤죽박죽이다. 정말 이런 식으로 은행을 망칠 텐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