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화장품 브랜드 카라카라의 이춘우 사장(오른쪽)과 장자커우 1호점의 정지우 점주.
중국 화장품 브랜드 카라카라의 이춘우 사장(오른쪽)과 장자커우 1호점의 정지우 점주.
중국 베이징에서 북서쪽으로 약 250㎞ 떨어진 곳에 있는 중소도시 장자커우(張家口)의 우청제 도매시장. 서울로 따지면 남대문시장쯤 되는 이곳에 최근 화장품 브랜드 카라카라 장자커우 1호 가맹점이 문을 열었다.

지난달 28일 오후 4시께 찾은 이곳엔 30~40대쯤 돼 보이는 여성 손님들이 쉴 새 없이 드나들었다. 정지우 점주(33)는 유창한 중국어로 연신 “환잉광린(어서 오세요)”을 외치며 손님을 맞았다. 요즘 이곳은 도매시장 내에서 가장 장사가 잘 되는 가게로 입소문이 나면서 주변 상인들의 부러움을 한몸에 받고 있다.

베이징대 정치외교학과 출신인 정 점주는 3개월 전만 해도 한국에서 프리랜서 중국어 통역사로 활동하고 있었다. 그의 진로를 바꿔놓은 것은 이춘우 카라카라 사장과의 만남이었다. “나름 중국을 잘 안다고 자부하고 있었는데, 진정한 중국 전문가가 되려면 중국에서 사업을 해봐야 한다는 말이 마음을 움직였어요.” 2009년 만났을 때 정 점주를 눈여겨봤던 이 사장은 5년 만에 만난 그에게 “중국에 와서 카라카라 가맹점을 해볼 생각이 없느냐”고 제안했다.

이 사장은 오래전부터 한국 젊은이들이 중국의 각 도시에서 창업을 하는 데 ‘징검다리’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이를 위해 그가 생각해낸 아이디어가 카라카라가 창업에 필요한 모든 자금을 제공한 뒤 사후에 그 돈을 상환받는 방식이었다. 장자커우 1호점을 개설하는 데는 총 29만위안(약 5000만원)이 들었다. 이 중 카라카라의 회사 자산으로 잡은 권리금 14만위안을 제외한 15만위안은 매달 벌어들이는 수익으로 갚아 나가고 있다.

이 사장은 CJ제일제당 근무 시절 삼성그룹의 1기 지역전문가로 중국에 처음 나왔다. 2003년 삼성그룹 안에서도 요직으로 꼽히는 그룹 비서실 재무팀으로 발령이 났지만, 곧 회사를 그만두고 중국으로 돌아왔다. 당시 그의 눈에 들어온 것이 화장품 시장이었다. 한국의 미샤, 더페이스샵 등과 대등한 품질의 화장품을 중국 시장에서 보다 싼 가격에 팔면 승산이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중국 내 매장 수가 150개를 넘어서 회사가 안정궤도에 접어들자 이 사장은 한국의 청년 창업에 기여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이 사장은 정 점주가 1호점 개설 때 빌려준 돈을 모두 갚으면 장자커우 지역에 2호점을 내주고, 똑같은 방식으로 3~4호점도 열어주겠다는 약속을 했다. 이 사장은 “중국 시장에서 활동 중인 한국 기업들이 한국 청년과 ‘윈윈’할 수 있는 창업 지원 프로그램에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베이징=김동윤 특파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