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은행이 중소기업 전문은행인 기업은행을 제치고 기술금융 지원 실적 1위로 올라서 주목받고 있다. 금융당국의 압박과 별개로 기술금융의 사업성을 높이 평가하고 스스로 ‘드라이브’를 건 것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8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신한은행의 기술금융 부문 대출은 11월 말 현재 1조2783억원으로 기업은행의 1조2502억원을 넘어섰다. 중소기업 전문은행인 기업은행은 전공을 살려 기술금융 지원을 선도하겠다며 의욕을 보였지만 신한은행에 밀려 2위에 그쳤다.

기술금융이 시작된 지 두 달째인 지난 8월 말까지만 해도 기업은행의 실적이 월등했다. 기업은행의 기술금융 대출은 3860억원에 달했고, 신한은행은 575억원에 불과했다.

당시 신한은행의 기술금융 실적은 국민은행(732억원), 우리은행(726억원)보다 적었지만 10월부터 대출이 급격히 늘더니 순식간에 1위로 올라섰다.

이에 대해 금융권에서는 ‘계산 빠른’ 신한은행이 기술금융을 통해 돈을 벌 수 있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 은행 관계자는 “금융위가 기술금융 확대를 최우선 과제로 독려하는 분위기가 있긴 하지만 신한은행이 그 압박에 떠밀려서라기보다 수익성이 크다는 결론을 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신한은행이 정책자금보다 은행 자체 자금을 기술금융에 투자하고 있는 데서 신한의 생각을 읽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