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업체 무더기 신용 하향
철강업체들이 수익성 악화에 대응한 자구책으로 인수합병(M&A)에 뛰어들고 있지만, 신용등급 하락이란 뜻하지 않은 복병을 만나고 있다. 신용평가사들이 M&A로 인한 재무 부담 가중이 우려된다며 신용등급을 떨어뜨리고 있어서다.

한국신용평가는 최근 M&A를 진행했거나 추진 중인 국내 철강업체 다섯 곳의 신용등급을 떨어뜨리거나 하향 조정을 검토하겠다고 8일 발표했다. 조선용 후판을 만드는 동국제강 신용등급은 기존 ‘A(부정적)’에서 ‘A-(부정적)’로 조정했다.

동국제강과 내년 1월1일 합병 예정인 자회사 유니온스틸은 ‘A-(안정적)’에서 ‘A-(부정적)’로 전망을 낮췄다. 등급 전망이 부정적이라는 것은 보통 6개월~2년 사이에 등급을 떨어뜨릴 가능성이 반대의 경우보다 높다는 뜻이다.

세아그룹 식구가 된 포스코특수강과 세아베스틸 등급은 각각 ‘AA’와 ‘A+’로 유지했지만, 단기간 내 강등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로 두 등급을 모두 ‘부정적 검토’ 대상에 올렸다. 지난 4일 세아베스틸은 포스코로부터 포스코특수강 지분 52.3%를 취득하는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했다. 인수대금은 6000억원을 웃돌 전망이다.

이길호 한국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포스코특수강의 경우 그동안 포스코의 우수한 브랜드 가치와 대외 신인도가 긍정적으로 등급에 반영됐던 만큼 대주주 변경으로 신인도가 나빠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세아베스틸에 대해선 “단기적인 재무 부담 급증이 불가피하고 특수강시장에서 경쟁업체인 현대제철의 중장기적인 시장 잠식 가능성도 감안했다”고 말했다.

동부그룹이 매각을 추진 중인 동부메탈 신용등급은 두 계단이나 떨어뜨렸다. 기존 ‘B+(하향검토)’에서 ‘B-(하향검토)’로 조정했다. 올 들어 3분기 연속 영업적자를 냈고 구조적으로 수익성 회복이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태호 기자 t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