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관세청이 압수한 면세 담배 > 관세청 직원이 8일 서울본부세관에서 압수한 수출용 면세 담배를 공개하고 있다. 연합뉴스
< 관세청이 압수한 면세 담배 > 관세청 직원이 8일 서울본부세관에서 압수한 수출용 면세 담배를 공개하고 있다. 연합뉴스
담뱃값 인상을 앞두고 담배 밀수가 급격히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면세담배가 시중에 유출되는 것을 적극 차단하는 한편 면세점에서 1인당 한 보루 넘게 담배를 사는 사람에 대해 정밀검사를 하는 등 감시를 강화하기로 했다.

◆담뱃값 인상 노린 밀수 급증

담배 밀수 벌써 기승…2년새 20배 급증
관세청이 8일 발표한 ‘담배 밀수 단속 종합대책’에 따르면 2011년 40억원, 2012년 32억원에 불과했던 담배 밀수입 단속 실적이 지난해 436억원으로 급증한 데 이어 올 들어 지난 11월까지 667억원에 달했다. 관세청은 담뱃값 인상 가능성이 불거진 지난해부터 밀수가 급증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담뱃값은 내년 1월부터 갑당 2500원(에쎄 기준)에서 4500원으로 2000원 인상된다.

이재길 관세청 조사총괄과장은 “2004년에도 담뱃값이 오른 직후 밀수 규모가 네 배 이상 급증한 적이 있다”며 “담배의 경우 가격의 62%가량(2500원 기준 1550원)이 세금이기 때문에 담뱃값 인상을 전후해 밀수로 세금을 포탈해 그만큼 이익을 보려는 시도가 늘어난다”고 설명했다. 2004년 17억원이던 담배 밀수는 그해 12월 담뱃값이 500원 오른 뒤 2005년 112억원으로 증가했다.

국내 담배 밀수의 특징은 해외에서 외국 담배를 밀반입하는 경우보다 국내 담배를 해외 수출로 위장했다가 국내에서 다시 판매하는 방식이 주를 이루고 있다. 국내 담뱃값이 외국에 비해 싸기 때문에 해외에서 담배를 밀반입해봤자 국내에서 얻는 이득은 크지 않다. 대신 수출용 면세 담배를 수출하지 않고 국내에서 팔게 되면 면세분만큼 이익을 취할 수 있다.

관세청은 특히 면세담배로 생산됐다가 국내 판매용으로 둔갑하는 사례에 주목하고 있다. 그동안 면세담배 유출의 온상으로 지목돼 온 주한미군용 담배의 시중 유출을 막기 위해 검·경찰 등 수사기관과 합동단속을 벌이기로 했다. 지난해 기준으로 국내에서 생산되는 면세담배량은 18억9000만갑이며 이 중 약 17억1000만갑이 수출되고 면세점 등에 보세로 풀리는 것이 1억갑, 주한미군에 납품되는 양이 2700만갑에 이른다.

◆지자체와 통합관리시스템 구축

관세청은 또 여행자나 보따리상 등의 담배 밀수에 대비해 면세점, 기내 판매 등의 관리를 강화하고 담배 과다 구매자에 대해선 정밀검사도 하기로 했다. 현재 내국인의 담배 구매 시 면세한도 기준은 1인당 한 보루다. 관세당국은 한도를 넘어 구입한 담배가 적발되면 세관에 보관했다가 사후에 처리하는 ‘유치’ 처분을 한다. 밀수 혐의가 명백하면 벌금과 가산세도 매긴다.

이 과장은 “이를테면 체류기간은 짧은데 담배를 20보루씩 사는 등 지나치게 많이 구매하는 것으로 보이는 이들을 출입국기록, 직업 등 데이터를 기반으로 선별해 집중 모니터링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동남아 등에서 생산된 값싼 담배의 밀수입 가능성에 대비해 환적화물 검사비율도 높이기로 했다. 지금까지 별도로 관리됐던 행정자치부의 지방세 관리시스템과 관세청의 수출입 관리시스템을 연계해 담배 생산부터 유통·수출·적재 전 과정을 통합관리하는 ‘담배 통합관리 시스템’도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세종=임원기 기자 wo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