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서울 반얀트리호텔에서 열린 한경밀레니엄포럼 송년회에서 참석자들이 김종훈 새누리당 의원의 축사를 들으며 박수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현정택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김기웅 한국경제신문 사장, 이만우 새누리당 의원, 진웅섭 금융감독원장, 김종창 청소년금융교육협의회장.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8일 서울 반얀트리호텔에서 열린 한경밀레니엄포럼 송년회에서 참석자들이 김종훈 새누리당 의원의 축사를 들으며 박수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현정택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김기웅 한국경제신문 사장, 이만우 새누리당 의원, 진웅섭 금융감독원장, 김종창 청소년금융교육협의회장.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내년 일본 기업이 본격적으로 수출 단가 인하에 나서면 국내 기업의 가격 경쟁력이 낮아질 가능성이 있습니다.”(하태형 현대경제연구원장)

“현재로선 소비나 투자, 부동산 경기 등 한국 경제가 더 좋아질 만한 요인이 눈에 띄지 않습니다.”(김주형 LG경제연구원장)

8일 서울 남산 반얀트리호텔에서 열린 한경밀레니엄포럼 송년회에 참석한 9명의 국내 대표 국책·민간연구원 원장들은 내년 한국 경제가 내수 침체와 저물가 지속에 시달리면서 성장률이 3%대 중반에 머물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 중앙은행(Fed)의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금융시장 불안, 엔저(低)로 인한 수출기업 수익성 악화는 내년 대외 경제의 최대 변수로 꼽혔다.

침몰 직전 일본 닮아가는 한국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장은 “현재 국내 경제는 1990년대 초반 침몰 직전의 일본을 보는 것 같다”며 “노후 불안과 일자리 부족 등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닫힌 지갑(민간소비)이 내년에 다시 열릴 것이라고 기대하기 힘든 여건”이라고 말했다.

이날 국내 주요 연구기관이 제시한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3.6~3.7%였다. 한국경제연구원도 내년 경제성장률을 3.7%로 내다봤지만 ‘유럽과 일본 중국 경제가 더 이상 침체하지 않고 회복세로 돌아설 경우에만 가능하다’는 전제를 달았다. 한국은행은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9%로 보고 있다.

김준경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은 기업의 수익성과 성장성 둔화 추세가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김 원장은 “건설·해운·철강 부문에서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을 감당하지 못하는 기업 비중이 2008년 이후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등 기업 구조조정 압력이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5월 내년 경제성장률을 3.8%로 예측한 KDI는 10일 내놓을 예정인 ‘하반기 경제전망’에서 성장률 전망치를 내릴 것으로 알려졌다.

하태형 원장은 “원·엔 환율이 100엔당 950원으로 떨어지면 한국의 총수출이 4.2% 감소하고, 900원까지 떨어지면 8.8% 급감할 것으로 분석된다”며 한국의 내년 경제성장률을 3.6%로 제시했다.

의료용 기기, 화장품 수출 유망

김도훈 산업연구원장은 산업별 수출 전망을 내놓으면서 자동차 조선 등 한국의 12대 주력 산업의 수출 비중이 2006년 82.3%에서 내년에 78% 미만으로 낮아질 것으로 예측했다. 그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가전 등은 해외 생산 확대로 수출이 올해보다 크게 늘어나지는 않을 것”이라며 “여기에 석유화학이나 정유 부문은 유가 하락으로 수출 감소가 예상된다”고 했다.

김 원장은 반면 반도체·디스플레이 제조장비, 화장품, 의료용 전자기기 등이 새로운 수출 호조 산업으로 부상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상봉 국제무역연구원장은 “미국의 경기 회복, 신흥국 경기 개선에 따라 내년 한국 수출액이 사상 처음으로 6000억달러(6010억달러·4% 증가)를 넘어설 것”이라고 예측했다.

내년 세계 경제의 불안 요인으로 이일형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은 ‘미국의 금리 인상’을 꼽았다. 이 원장은 “Fed가 금리를 인상할 경우 주식시장이 출렁일 가능성이 높은데 이를 미국 경제가 감당할 수 있을지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부실 기업 구조조정해야

정부 경제정책에 대한 조언도 쏟아졌다. 윤창현 금융연구원장은 “2012년 4분기 이후 7개 분기 평균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6.0%로 금융위기 직후(11.1%)의 절반에 불과하다”며 “창조경제, 규제완화 등을 통한 미래 먹거리 산업 육성에 주력하는 경제 체질 개선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금융산업 발전을 위해선 “정부가 은행권에 모험자본 대출을 독려하기보다는 안전한 대출은 은행이, 모험 대출은 펀드 등이 맡을 수 있도록 역할을 분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진웅섭 금융감독원장은 “뛰어난 기술 경쟁력과 창의성을 갖춘 기업들이 금융시장으로부터 필요한 자금을 공급받을 수 있도록 금융권이 노력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신인석 자본시장연구원장은 과감한 구조조정을 통한 부실 기업 정리 등 기업 수익성을 높일 수 있는 정책을 펴야 한다고 했다.

그는 “과거 중소기업에 국한됐던 저수익성 문제가 대기업으로 확산되면서 ‘성숙기업의 몰락’ 현상까지 거론된다”며 “중장기 경쟁력 제고를 위한 기업 구조조정이 주식시장의 향방을 결정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부실 기업에 대한 구조조정이 선행되지 않으면 코스피지수가 2000 수준에 계속 머물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