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l Estate] 低금리에 전세→월세 전환 가속도…수도권 전셋값 5% 뛸 듯
내년에도 전세가격 상승에 따른 서민의 피로감이 지속될 전망이다. 저금리 영향으로 전세를 월세로 전환하는 집주인이 늘어나면서 전세 구하기가 여전히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아서다. 서울 강남의 재건축 이주 수요까지 가세해 수도권 외곽지역으로 전세난이 확대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전세자금 대출을 비롯한 각종 지원책을 최대한 활용하면서 다가구·다세대, 연립 등 아파트 외 주택으로 눈길을 돌리는 것이 늘어나는 주거비 부담을 덜 수 있는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내년 수도권 전셋값 5% 상승 전망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올해 1~10월 전국 전셋값은 2.8% 상승했다. 수도권과 지방이 각각 4.0%, 1.8% 올랐다. 이를 토대로 올해 연간 전셋값 상승률은 전국적으로 3.2%(수도권 4.5%·지방 2.1%)에 달할 것으로 주택산업연구원은 추정했다.

내년 전셋값 상승폭은 올해보다 클 전망이다. 주택산업연구원은 수도권 5%, 지방 2% 등 전국적으로 전셋값이 3.5% 뛸 것으로 내다봤다. 전국 매매가격 상승률은 올해(1.5%)보다 0.5%포인트 높은 2%로 예상했다. 전셋값 상승률 전망치가 매매가 상승률 전망치의 1.5배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저금리 때문에 전세를 월세로 돌리는 집주인이 급증하면서 전세가 귀해지고 가격이 오르는 악순환이 심화하고 있다”며 “올해 70%를 넘은 전세가율(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이 내년에는 한층 더 높아질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전셋값 상승세가 수도권 외곽지역으로 확대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강남4구를 중심으로 재건축 멸실 물량이 다수 나오면서 이주 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내년 이후 재건축에 따른 서울 내 멸실 주택은 5만3000여가구에 이른다. 그러나 신규로 공급되는 입주 물량은 4만1000가구에 불과하다. 이는 수도권 전반에 전셋값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여지가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한 주택 전문가는 “정부가 재건축 이주 시기를 조정하겠다고 했지만 이주 조정이 쉽지 않을 뿐 아니라 전세시장 안정에 미치는 효과도 제한적”이라고 지적했다.

월세가격은 하향세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됐다. 지난 10월 기준 8개 시도 및 수도권 월세가격은 전월 대비 0.2% 떨어졌다. 김 연구위원은 “도시형생활주택 등 초소형 주택 공급이 증가하고 저금리 기조에 발맞춰 전세의 월세 전환에 속도가 붙었다”며 “9월 기준 전·월세전환율이 6.4%로 높고 당분간 수요보다 공급이 많아 내년에도 하향세가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Real Estate] 低금리에 전세→월세 전환 가속도…수도권 전셋값 5% 뛸 듯
○“지원책 활용하고 다세대에도 관심을”

전셋값이 상승하면 주거비용이 늘어나기 마련이다. 서민들이 주거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는 정부의 각종 지원책 활용도를 높이면서 아파트에 매몰된 시야를 넓혀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는 “강남 재건축·재개발에 따른 이주 수요가 전셋값 상승을 부채질할 공산이 크다”며 “전세자금 대출, 세액공제 등을 활용해 주거비용을 낮추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박 대표는 이어 “아파트만 생각하기 때문에 비용 부담이 늘어나는 측면이 크다”며 “다가구·다세대주택은 대부분 도심에 있고 신축인 데다 전용률도 아파트보다 높기 때문에 아파트에 대한 고집을 버릴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김혜현 렌트라이프 대표는 “반전세(보증부월세) 보증금이 올라갈 수 있어 월세가 내려간다고 주거 비용이 줄어드는 걸로 생각하면 안 된다”며 “어느 정도 상환 능력이 있는 사람들은 대출을 받아 집을 사되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눈높이에 맞는 주택 유형을 찾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박원갑 국민은행 수석 부동산전문위원은 “내년 1분기 금리가 한 차례 더 낮아질 가능성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며 “이럴 경우 전세의 월세 전환에 가속도가 붙어 전세난은 지금보다 훨씬 심해질 수 있어 미리 대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병근 기자 bk1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