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 시대…투자 패턴은 '극과 극'…예금에 의존하거나, 고배당株 베팅하거나
고령화 시대…투자 패턴은 '극과 극'…예금에 의존하거나, 고배당株 베팅하거나
2015년 한국 주식시장은 많은 과제와 맞닥뜨릴 전망이다. 당장 미국의 출구전략 본격화, 유럽과 중남미의 경기침체 우려 등이 있다. 이보다 더 큰 이슈는 ‘한국발 고령화 사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언론이나 보고서 등을 통해 알려진 대로 한국 경제는 2015년을 기점으로 본격적인 고령화가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고령화라는 단어가 사회 문제로 등장한 지는 물론 7~8년가량 됐다. 하지만 고령화를 사회 구성원들이 체감하는 정도는 아니었다. 삶이 팍팍해지는 것은 나이가 들어가면서 필연적으로 나타나는 현상 정도로 인식됐을 뿐이다. 이제 본격적으로 고령화가 몰고올 경제적 변화, 금융투자시장의 변화를 직면하게 될 것이다.

내년 최대 화두는 ‘고령화’

인구 고령화가 이제 현실생활을 바꾸는 시기가 왔다. 인구통계학적으로 한국의 고령화는 ‘2012년’에 고점을 찍었다. 그러나 본격적인 고령화 즉, 인구구조가 다이아몬드 형태에서 역삼각 형태로 전환되는 시점은 2015~2016년이다. 따라서 앞으로 1~2년 뒤에 한국발 고령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이다. 이는 한국 경제의 성장률과 내수산업에 중요한 변화를 가져올 가능성이 높다.

고령화가 무조건적인 경기침체나 자산가격의 하락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일본이 1990년대 고령화 사회에 진입한 이후 장기침체가 나타난 이유는 고령화에 이은 디플레이션의 용인, 정부 정책의 실기가 겹친 복합불황 때문이었다. 고령화에도 불구, 인플레이션 유발 정책 등 다양한 변화를 꾀할 경우 자산가격과 실물경기 침체를 막을 수 있다는 게 일반적인 견해이다. 현 정부의 정책기조 중 핵심이 ‘자산가격 띄우기’다. 인플레이션을 유발하려는 정부 정책의 성공 여부는 2015년 주식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관심 포인트가 될 것이다.
고령화 시대…투자 패턴은 '극과 극'…예금에 의존하거나, 고배당株 베팅하거나
투자성향 극단적으로 갈릴 듯

고령화 국면에서 투자자들이 주목해야 할 것은 투자의 방법이 극과 극으로 가게 된다는 점이다. 고령화로 인해 잠재성장률이 낮아지고 연간 성장률이 1~2%까지 떨어지는 과정에서 투자자의 성향은 중간값인 중위험 중수익 상품을 배제할 가능성이 높다. 대신 극과 극 형태의 투자 패턴이 두드러질 전망이다. 아주 보수적으로 투자하거나 아주 공격적으로 투자하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실제 1990년대 고령화에 진입한 일본의 경우도 고령화로 인해 성장률 하락이 심화되자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났다. 보수적인 투자자들은 은행의 예금 이자나 채권 이자가 제로 수준에 근접하자 아예 집에 금고를 사서 현금을 넣어두는 극단적인 성향을 보였다. 반대로 월급만으로는 먹고 살기가 빠듯해진 투자자들은 해외주식, 해외채권 더 나아가 더블데커(운용 수익과 환차익을 동시에 노리는 상품)와 같은 투기적인 자산에 대한 투자가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물론 시기적인 차이는 있었다. 고령화로 인한 자산가격의 충격에 노출됐던 1990년대에는 대부분의 투자자들이 극도의 보수화 성향을 보이며 예금의존형으로 바뀌었다. 투자의 최우선 과제가 ‘안정성’이 됐다. 반면 위기의 충격에서 벗어나기 시작한 1990년대 후반부터는 공격적인 성향이 두드러지기 시작했다. 높은 이율을 주는 해외채권이나 고배당주, 더블데커와 같은 고수익을 추구하는 경향이 이즈음에 부각됐다.

“고배당 상품 주목받을 것”

한국도 이미 고령화와 이에 따른 성장률 둔화, 그리고 금리 하락이 추세화되고 있다. 연간 성장률이 8%대를 웃돌던 1990년대 초만 해도 회사채 금리(AA- 기준)가 10%를 상회했지만, 성장률이 5%대에 접어든 2000년대 초에는 금리도 8%까지 내려갔다. 성장률이 3%대로 낮아진 최근에는 금리가 2~3%대에 접어들고 있다. 만약 한국의 성장률이 1~2%로 낮아진다면 금리도 2% 미만에 기조적으로 진입할 가능성이 높다.

마지막으로 금리가 추세적으로 낮아지는 과정에서 금리가 배당수익률을 뚫고 내려가는 ‘역(逆)수익률 혁명’이 나타날 가능성에 주목해야 한다. 1990년대 초와 2008년 일본, 그리고 1958년과 2010년 미국 등에서 배당수익률이 장기금리를 웃도는 현상이 나타난 바 있다.

최근 한국에서도 정부 차원에서 ‘기업소득환류세제’라는 법제 개편을 통해 기업의 배당 및 투자를 늘리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한국 시장의 큰손 격인 연기금에 대해서도 배당 관련 주주권 행사를 제한하는 법령을 개정하는 등 배당 확대를 유도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배당이 고령화와 저금리 시대의 새로운 투자 대안이 될 수 있다고 판단된다. 사내 유보자금은 많은 데 비해 배당성향이 낮은 기업들이 보다 강한 주주환원 정책을 펼칠 경우 한국 증시를 성장성보다는 안정성 측면에서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이 형성될 전망이다.

강현철 우리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 clemens.kang@wooriw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