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왼쪽)은 지난 7일 한화건설이 짓고 있는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 현장을 찾아 근로자들을 격려했다. 비스마야 신도시는 경기 분당 크기의 면적에 주택 10만호를 건설하는 대형 프로젝트로, 공사 규모가 80억달러에 달한다. 한화 제공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왼쪽)은 지난 7일 한화건설이 짓고 있는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 현장을 찾아 근로자들을 격려했다. 비스마야 신도시는 경기 분당 크기의 면적에 주택 10만호를 건설하는 대형 프로젝트로, 공사 규모가 80억달러에 달한다. 한화 제공
2년여 만에 경영 일선에 복귀한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선택한 첫 해외 출장지는 한화건설이 진행 중인 이라크 신도시 사업장이었다. 김 회장은 서울에서 광어회 600인분을 비행기로 공수해 내전 위험이 있는 사막에서 땀 흘리고 있는 임직원의 사기를 한껏 끌어올렸다.

지난 3일 서울 장교동 본사로 2년3개월 만에 출근한 김 회장은 불과 사흘 뒤인 6일 이라크 사업장을 찾는 스피드 경영 행보를 보이고 있다. 그룹 사장단 인사도 예년보다 4개월 이상 앞당겨 끝냈다. 김 회장은 최근 삼성에서 방산·석유화학 계열 4개사를 한꺼번에 인수하는 빅딜에 나선 데 이어 태양광 분야의 한화큐셀과 솔라원 합병 결정 등 굵직한 경영 현안을 직접 챙겨왔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한동안 석유화학과 태양광 업황 부진에다 총수 부재로 침체해 있던 그룹 분위기가 김 회장의 활발한 경영 활동 재개로 활력과 긴장감이 동시에 높아지는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해외 사업장 찾아 강행군

지난 6일 저녁 인천공항을 출발해 한밤중에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 공항에 도착한 김 회장은 7일부터 곧바로 업무를 시작했다. 바그다드에서 남동쪽으로 10㎞ 떨어진 비스마야 신도시 현장을 찾아 근로자들을 격려했다. 비스마야 신도시 사업은 1830㏊(경기 분당 규모) 부지에 신도시 단지를 조성하고 주택 10만호를 건설하는 80억달러 규모 공사로 2020년께 마무리될 전망이다.

비스마야 현장에는 한화건설 340명, 협력사 304명, 외국인 6800여명 등 모두 7500여명이 일하고 있다. 김 회장은 이 자리에서 “내전 위험에도 흔들리지 않고 공사를 진행한 것이 이라크 정부의 신뢰로 이어졌다”며 “이번 사업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해 제2, 제3의 비스마야 신화가 이어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깜짝 선물 광어회 600인분

8일 점심때 김 회장은 예고 없이 직원 식당을 찾았다. 배식판에 밥과 육개장 등을 직접 담아 직원 사이에서 식사하며 이야기를 했다. 저녁에는 한화건설·협력업체 임직원 전원과 외국인 근로자 대표를 초대해 만찬을 열었다. 김 회장이 비행기로 싣고 간 광어회가 등장하자 직원들의 환호가 터져 나왔다.

김 회장은 직원들에게 “현장 임직원의 건강과 안전을 무엇보다 최우선에 둘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사업의 성공을 위해서는 협력사 임직원의 도움이 절대적”이라며 “협력사와 함께 멀리 가는 한화의 정신을 잊지 않겠다”고 했다.

만찬 도중 직원들이 함께 사진을 찍고 싶다고 하자 흔쾌히 수락하기도 했다. 김 회장은 자리에 참석한 600여명 모두와 돌아가면서 사진을 찍었고, 시종일관 밝게 웃었다고 회사 관계자는 전했다. 한 직원은 “회장의 방문이 큰 힘이 된다”며 “다음에 꼭 다시 와달라”고 요청했다.

○이라크 국가투자위원회 의장 만나

김 회장 방문 소식을 들은 사미 알 아라지 이라크 국가투자위원회 의장은 8일 갑작스레 이곳을 찾기도 했다. 사미 의장은 김 회장에게 이라크 내전이 지속되는 가운데에서도 공사 현장을 유지한 데 대해 감사 인사를 했다고 한화 측은 설명했다.

김 회장의 이라크 방문은 2012년 7월 이라크 전후 복구사업 협의 이후 2년5개월 만이다. 그는 장시간 비행과 기온 변화가 건강 회복에 좋지 않다는 주치의 의견에도 불구하고 이라크 방문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춘수 한화그룹 경영기획실장, 이근포 한화건설 사장 등이 동행했고 지난 10월 한화건설에 입사한 삼남 김동선 매니저도 현지로 합류했다.

김 회장은 9일 비스마야 현장 안전본부를 찾아 “아주 작은 위험에도 노출되지 않도록 안전 유지에 만전을 기해달라”고 주문하면서 일정을 마치고 이날 저녁 인천공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