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맥주·알뜰폰·왁스까지…편의점 가는 50대 확 늘었다
50대 이상 중·장년층이 편의점의 주력 소비자층으로 떠오르고 있다. 편의점은 원래 중·고등학생이나 20~30대 젊은 층이 주로 찾는 유통 채널로 인식됐지만, 소비자 연령층에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세븐일레븐은 올 들어 11월까지 매출을 분석한 결과, 50대 이상 매출 비중이 21.1%를 기록하며 처음으로 20%를 돌파했다고 9일 밝혔다. 이 편의점에서 50대 이상 비중은 2011년 13%대에 불과했지만 2012년 15.3%, 지난해 18.4%로 꾸준히 늘고 있다. CU의 50대 이상 매출 비중도 10%대를 기록하며 1년 전보다 2%포인트 상승했다.

중·장년층들은 ‘젊은이들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상품까지 구매하고 있다. 이들의 수입 맥주 구매액은 전년 동기 대비 45% 급증하며 수입 맥주 판매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에 이르렀다. 젤, 왁스 등 모발관리 용품 구매도 증가했다. 20~30대 소비가 둔화되면서 전체 매출은 5.1% 늘어나는 데 그쳤지만, 50대 이상의 구매액은 23% 늘었다.

수입맥주·알뜰폰·왁스까지…편의점 가는 50대 확 늘었다
중·장년층 소비자 증가의 영향으로 알뜰폰 판매도 급증했다. GS25에서 1~11월 휴대폰 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292% 늘었다. 알뜰폰은 기존 통신사 대비 절반 이상 저렴한 요금제를 앞세운 데다 약정기간이 없는 것이 특징이다. 다른 연령층에 비해 ‘합리적인 소비’를 추구하는 50대들이 주로 구매한다고 GS25 측은 설명했다.

황진복 세븐일레븐 마케팅팀장은 “편의점이 본격적으로 늘어난 1990년대에 20~30대를 보낸 중·장년층은 편의점에 익숙한 세대”라며 “이들이 모바일·인터넷에 친숙해지며 ‘젊은 소비’를 지향하는 것도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편의점 자체 브랜드(PB) 제품의 강세도 이어졌다. CU와 GS25에서는 각각 ‘델라페 컵얼음’과 ‘아이스컵’이 2년째 올해의 히트상품 1위를 기록했다. PB 상품 매출 비중도 계속해서 늘고 있다. 세븐일레븐의 PB 매출 비중은 2012년 30.3%, 지난해 31.1%에 이어 올해 33%를 기록했다.

특히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상에서 화제가 된 PB 제품의 상승세가 돋보였다. GS25의 ‘김혜자 도시락’이 대표적이다. 내용물이 알차다고 해서 ‘갓(god)혜자 도시락’, ‘마더혜레사 도시락’ 등으로 화제가 되면서 1300만개 이상 팔려나갔다.

CU에서는 PB 떡볶이가 SNS 입소문 덕을 톡톡히 봤다. 지난 3월 출시한 ‘자이언트 떡볶이’는 치즈, 삼각김밥을 곁들여 먹는 모디슈머(자신만의 방식으로 재창조해 내는 소비자) 조리법이 알려지며 ‘전통 강자’인 신라면 용기면보다 두 배가량 많이 팔렸다. 반면 ‘소독약 맥주’로 입소문을 탄 카스는 주춤했다. CU에서 카스 캔의 판매 순위는 지난해 5위였지만 올 들어 9위까지 떨어졌다.

생수도 인기를 끌었다. CU에서는 지난해 8위였던 ‘제주 삼다수’가 5위로 올라섰고, PB 제품인 ‘미네랄워터’도 새롭게 6위에 진입했다.

이현동 기자 gr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