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가 국민연금공단에서 기금운용본부를 분리해 공사로 만드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는 보도다. 458조원의 자산을 비전문적으로 또 비효율적으로 운용하고 있는 만큼 기금운용본부를 공사화해 독립성, 자율성, 전문성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취지는 이해가 간다. 지난해 수익률이 4.16%로 세계 8대 연기금 중 꼴찌인 만큼 운용시스템을 전면 개정할 필요는 분명히 있다. 그렇다고 공사화만이 대안이라고 주장하는 데는 문제가 있다.

공사라고 해서 독립성이 강해지고 운용전문성이 높아지는 게 아니다. 오히려 정치권이나 힘있는 자가 압력을 행사할 가능성은 훨씬 높아진다. 연금을 정책에 이용하려는 연금사회주의자들의 발호를 막는 것이 불가능해진다. 성과급 체계가 불가능해 전문성을 높이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국민연금 규모가 점점 커지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자산규모가 이미 국내총생산(GDP)의 30%를 넘었고 2022년 1000조원, 2034년엔 2000조원을 돌파해 세계 최대 규모 연금이 될 전망이다. 이 ‘연못 속의 고래’를 감당하기 어렵다. 칠레나 스웨덴이 국민연금을 여러 펀드로 분할해 경쟁시키고 국민이 선택하도록 했던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현재 30%인 민간 위탁 비중을 확 높이거나, 운용주체를 규모가 비슷하게 몇 개로 분할하거나, 투자자산 종류에 따라 분리하거나, 그것도 아니라면 민영화하면 그만이다.

국민연금은 국민들에게 걷어서 노인들에게 나눠주는 세대 간 부조다. 또 자산 주기상 2043년 이후엔 거액이 인출되면서 자산이 모두 지출된다. 이런 상황에서 운용기구를 단일 주체로 공사화하는 것은 짧은 수명을 가진 거대한 괴물을 만들어내는 것과 같다. 또 정권마다 연금을 동원해 기업을 통제하려는 유혹을 받게 된다. 지금도 국민연금을 통해 특정 산업정책을 명령하거나 재벌을 혼내자는 주장이 넘치고 있지 않나. 뻔히 보이는 결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