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슈퍼달러의 재현, 신흥국 금융위기 터질 수도
달러 강세가 신흥국 경제에 뇌관이 될 수 있다는 경고음이 울리고 있다. 국제결제은행(BIS)은 엊그제 발표한 분기보고서에서 “달러 부채를 잔뜩 갖고 있는 신흥국들의 부담이 급증하고 있다”며 강달러가 신흥국 금융위기를 불러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달러 가치는 주요 10개국 통화 대비 8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 중이다.

6월 말 기준 신흥국 해외채권 발행 잔액(2조6000억달러)의 75%인 2조달러가 달러표시 채권이다. 또 해외은행들의 신흥국 대출 잔액도 3조1000억달러에 달한다. 신흥국 통화가치 하락은 이런 천문학적 부채의 원리금을 부풀릴 수밖에 없다. 중국 러시아 브라질 멕시코 등이 대표 국가다. 클라우디오 보리오 BIS 통화경제국장은 “신흥국 통화의 평가절하가 지속될 경우 국제 금융시장이 얼어붙을 수 있다”고 말했다. 달러강세 충격이 신흥국뿐 아니라 글로벌 금융시장 전체를 위협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겉으로는 활황인 금융시장이 속으로는 더 취약해지고 있다는 얘기다.

달러 강세가 위험한 것은 과거 사례만 봐도 알 수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강달러는 역사적으로 신흥국 위기의 전조였다”며 1980년대 남미 위기와 1990년대 말 아시아 및 러시아 위기를 들었다. 두 번 모두 미국 금리 인상에 따른 달러 강세로 신흥국의 외채 부담이 급증, 외환위기로 이어졌다. 최근 상황이 더욱 우려되는 것은 유가하락까지 겹쳐서다. 유가급락은 안전자산인 달러 선호를 더 부추기게 마련이다. 문제는 슈퍼달러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데 있다. 일본과 유럽 경기가 계속 부진한 데다 미국의 금리인상도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외환위기 경험이 있고 3600억달러가 넘는 외환보유액이 있는 한국은 직접 위험구간에 있지는 않다. 원화가치도 1년간 큰 변화가 없다. 하지만 슈퍼달러가 가져올 파장과 신흥국 동향에 그 어느 때보다 비상한 관심이 필요하다. 셰일가스 등장과 유가급락, 강달러로 에너지시장은 물론 국제정치질서와 산업구조까지 재편되고 있다는 점에도 유념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