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를 두고 금융권에서는 “우연의 일치치고는 고약한 타이밍”이라는 냉소가 흘러나왔다. 신 위원장의 말을 곧이 곧대로 믿을 수 없다는 반응들이었다. 한 은행 임원은 “내정설대로 서금회(서강대 출신 금융인 모임) 멤버인 이 부행장이 차기 행장으로 내정됐다”며 “어떻게 보면 내정설을 부인해야만 했던 신 위원장이 안쓰럽다는 생각마저 든다”고 말했다.
신 위원장의 부인에도 이광구 부행장의 내정설은 곳곳에서 감지된다. 이순우 우리은행장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연임을 포기하지 않으면 조직이 망가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윗선이) 이 부행장을 찍었는데 안 되면 난리가 나지 않겠느냐”는 말도 했다.
이광구 부행장이 은행장으로 내정된 지 단 3일 만에 부행장 등 임원인사를 단행한 것도 석연치 않다. 행추위가 그를 행장 후보로 선출한 것은 금요일인 지난 5일이었다. 그는 월요일인 지난 8일 임원인사를 했다. 이순우 행장과 상의했다고 하지만, 한참 전부터 임원인사를 구상하지 않았다면 이렇게 빨리 임원인사를 단행하기는 불가능했을 것이라는 게 금융계의 추측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신 위원장은 무작정 ‘아니다’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 내정설을 대놓고 인정할 수 없는 그의 처지를 감안하더라도, 좀 심하다는 느낌이다. 신 위원장은 올해 초 ‘무신불립(無信不立)’을 화두로 꺼냈다. 신뢰 없이는 금융의 존립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의미다. 금융위원장이 금융의 신뢰를 오히려 깎아 먹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곱씹어봐야 할 때다.
박종서 금융부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