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생명이 삼성 한화 교보생명 등 이른바 ‘빅3’를 따돌리고 초회보험료와 신계약 건수에서 업계 1위로 부상했다. 지역 농협의 영업망을 기반으로 한 방카슈랑스 채널이 위력을 발휘한 덕분이다. 이런 추세라면 오랫동안 굳어진 ‘빅3 체제’에 균열을 가져올 수 있다는 전망이다.
농협생명 돌풍…'빅3' 제치고 깜짝 1위
○초회보험료 삼성생명 추월

9일 생명보험업계에 따르면 농협생명은 올 들어 지난 9월 말까지 초회보험료(신규 보험계약자가 내는 첫 보험료) 수입이 2조9988억원으로 업계 1위를 기록했다. 2위 삼성생명(1조9580억원)과는 1조원 이상 차이가 난다. ‘빅3’의 한 축을 맡고 있는 한화생명(1조454억원), 교보생명(8932억원)도 멀찌감치 따돌렸다.

신계약 건수에서도 생보업계 1위로 올라섰다. 농협생명의 신계약 건수는 158만4284건(24조6995억원)으로 삼성생명(154만3185건·57조5297억원)을 넘어섰다. 농협생명의 신계약은 모두 개인보험으로, 개인보험 신계약 건수 2위인 삼성생명(91만6004건)보다 약 62만건 많다.

2012년 3월 출범한 농협생명이 만 3년도 안 돼 이만큼 성장한 것은 단위 농협을 활용한 방카슈랑스 영업 덕분이다. 정부는 농협생명 출범 당시 개별 은행에서 판매하는 특정 보험사 상품 비중이 25%를 넘을 수 없도록 한 ‘방카슈랑스 25%룰’ 적용을 5년간 유예해줬다. 이 덕분에 농협생명은 올 들어 9월까지 전체 초회보험료 수입의 95.3%를 방카슈랑스 채널을 통해 거둬들였다. 삼성생명(64.8%), 한화생명(62.6%), 교보생명(59.4%)보다 30%포인트 이상 높다. 농협생명이 방카슈랑스를 통해 벌어들인 초회보험료는 2조8581억원으로 삼성생명(1조2706억원), 한화생명(6552억원), 교보생명(5312억원)을 모두 합한 것보다 많았다.

○수입보험료는 아직 4위

모든 가입자가 내는 수입보험료도 늘고 있다. 농협생명이 9월 말까지 거둔 수입보험료는 7조8367억원.

작년 한 해 수입보험료(6조6056억원)를 이미 넘어섰다. 하지만 기존 가입자 수가 많은 ‘빅3’에는 아직 미치지 못한다. 수입보험료는 삼성생명(18조4589억원)이 가장 많고, 한화생명(9조9385억원) 교보생명(8조8587억원) 순이다.

농협생명에서 판매하는 상품 중 단기 저축성보험이 많은 것은 부담이다. 국고채 금리가 연 2%대로 떨어진 상황에서 연 3%대 후반의 금리를 주는 저축성보험은 역마진을 초래할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올 들어 9월 말까지 농협생명의 신계약 중 저축성보험은 46.9%였다. 저축성보험 비중이 경쟁사인 삼성생명(18.3%), 한화생명(34.5%), 교보생명(18.5%)과 비교해 상당히 높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농협생명이 안정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외형 확장뿐 아니라 상품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해 장기 전략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지훈 기자 lizi@hankyung.com